[제물포럼] 함박도의 아픔
[제물포럼] 함박도의 아픔
  • 남창섭
  • 승인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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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섭 정치부장

1965년 10월29일 인천 서해 NLL(북방한계선) 부근 수역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북한군 20여 명이 남측 어선 5척(영미호·영락호·승리호·용복호·칠복호)을 향해 기관단총 사격을 개시했다. 영락호, 영미호에서 M1소총으로 응사했다.

그해 10월31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로 "10월 29일 오후 4시25분쯤 강화군 함박도 근해 개펄에서 조개잡이 하던 어부 232명이 무장한 북괴군 20여명의 공격을 받아 그중 97명이 납치되고 135명이 무사히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튿날(11월1일자) '잔인한 붉은 만행…분노의 개펄 100리' 제하 기사를 통해 "어부 232명이 공격을 받아 112명이 납북됐다"고 앞선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정정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북괴의 만행이 가장 큰 원인인 것은 물론이지만 섬 주민의 가난한 약점을 이용해 돈벌이에 눈이 어둔 선주가 어로 금지 구역에 출어시킨 무모한 처사를 꼽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 기사를 실었다.
납북 어부들은 그해 11월21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그렇게 잊혔던 함박도가 54년 만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한 언론에서 우리 영토에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하면서부터다. 함박도는 서해 NLL인근 섬이다.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 주소도 등록돼 있고 매년 공시지가도 발표한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이곳에 군사시설을 설치하면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 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NLL 인근의 함박도에 북한이 감시 장비를 설치한 것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했는지를 놓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야당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9일에는 정유섭·박상은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주민들과 함께 함박도 인근 말도를 찾아 주민토론회를 가졌다. 이들은 "함박도는 강화군에 속한 우리 땅으로 예전에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조개잡이와 굴을 채취해 왔다"면서 "이번 일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함박도의 북한 군사시설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언론에서 팩트체크에 나섰다. 정리해보면 팩트는 의외로 간단하다.
함박도는 면적 1만9971㎡(축구장 3개 크기)로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중 가장 작은 섬인 우도와는 8㎞ 정도 떨어져 있다. 심지어 썰물 때는 우도와 갯벌로 연결된다고 한다.
먼저 함박도가 누구 땅인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NLL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NLL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남북의 영토 구분을 근거로 설정된 선으로 서해 5도를 빼고, NLL 북쪽이나 서쪽에 있는 섬들은 다 북한으로 넘긴다고 합의한 바 있다. 정전협정 당시 함박도는 NLL 북쪽에 위치해 북한 관할로 정리됐다.
'북한 관할'로 정리됐던 함박도가 왜 강화군 주소로 등록됐는지는 미스터리다. 강화군 관계자도 "강화군은 1978년 경기도를 대신해 함박도의 주소를 신규 등록했다"며 "우리나라 행정주소가 부여된 연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당시 1970년대 후반 남북 간 서해 NLL을 두고 공방을 벌였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해결책을 한번 따져보자.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오류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천과 인접한 함박도에 북한 군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지난해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에 이어 '9·19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남북 화해분위기와 신뢰구축을 위해서도 함박도의 북한 군 시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폐쇄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안보 이유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도 이제 바뀔 때가 됐다. 아무리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해도 지킬 선이 있는 것이다. 특히 타 지역 정치인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문제 제기를 한다고 해도 인천 정치인이 55년 전 함박도 사건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행동은 자중해야 할 것이다.
함박도는 세계적인 보호종이며 인천의 상징인 저어새의 터전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함박도에서 배에 고기를 잔뜩 실은 어부의 함박웃음과 저어새의 날갯짓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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