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생물자원] 시치미 떼는 '매'  
[흥미로운 생물자원] 시치미 떼는 '매'  
  • 인천일보
  • 승인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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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
▲ 매. /사진=국립생물자원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새를 얘기한다면 독자들께서도 매를 떠올릴 것이다. 공중에서 먹이를 발견하고 낚아채기 위하여 하강할 때의 속도는 지구상의 어떤 생물보다도 빠르다. 관측된 최고속도는 시속 389㎞를 기록하여 다른 동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매목 매과에 속하는 매는 극지방과 뉴질랜드, 아마존 지역, 아프리카 북부 사막지역과 몽골을 제외한 전 세계에 넓게 분포한다. 몸길이는 34∼58cm, 날개를 편 길이는 80~120cm, 몸무게는 수컷이 350~1000g, 암컷은 700~1500g 정도로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더 크다.


강한 발과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감을 거세게 낚아챌 수 있으며 사냥한 먹이를 잘 찢어 먹기 위하여 부리가 갈고리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다. 날개는 길고 끝이 뾰족해 공기의 저항을 적게 받는다. 크고 검은 눈 가장자리에는 노란색의 테두리가 있어 참매와 구별된다.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하늘을 호령하며 중소형 조류와 소형 포유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과거 살충제인 DDT를 사용하던 시절에 매의 체내에 DDT가 축적되면서 알 껍질이 얇아지고 알을 품다가 깨지는 빈도가 높아져 멸종위기에 처해졌다.

레이첼 카슨이 자신의 유명한 저서인 '침묵의 봄'을 통하여 살충제의 남용을 경고했다. 매와 함께 미국 국조로 지정한 흰머리수리의 번식 성공률이 급격히 낮아지자 DDT의 사용이 전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맹금류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어 환경에서의 여러 독성 물질이 더 많이 쌓이게 된다. 이런 취약성을 고려하여 전 세계적으로 맹금류를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과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과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때에는 매 사냥에 사용하기 위하여 매를 생포하여 오랜 시간 공들여서 길을 들였는데 매가 거의 분포하지 않는 몽골에서는 한반도의 매를 해동청이라 하여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공물로 보낼 매를 구하기 위하여 무진 애를 썼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의 매를 귀하게 여기고 비싸게 수입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기록을 보면 매 28마리를 일본에 팔면서 쌀 420섬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의 쌀 가격으로 계산하면 한 마리에 517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귀하다보니 자기 매를 표시하고 구분하기 위하여 시치미라는 표지를 매의 꼬리에 붙였다. 그런데 남의 매를 잡아 시치미를 떼어버리고 마치 자기 것인 양 기망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있었다고 보인다. 오죽했으면 매사냥꾼 사이에 쓰던 '시치미 뗀다'라는 말을 일반인이 보편적으로 쓰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하긴 요즘 일본과 우리나라 정치·외교 분야의 뉴스를 보면 시치미 떼는 사람이 너무 많은 듯하다. 시치미를 떼여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게 된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엄중하고 매서운 심판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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