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원도심 신포동 네거리에 있는 인천우체국 건물은 1923년 일제 때 지어진 대표적인 근대건물로 꼽힌다.

인천상륙작전의 포화 속에서 버텨온 우체국 건물은 4년 후면 한 세기를 맞게 되는 인천의 유서 깊은 건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다른 도시와는 달리 일본인들이 남긴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개항도시의 한계가 있지만 현실을 인정해야하는 측면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필자의 선친(故 愼兌範 박사, '인천 한 세기' 등의 저자)께서는 생전에 인천 원도심에 얽힌 일화들을 자주 들려주셨다. 당신이 몸소 보고 체험하고 느꼈던 이야기들은 지금도 필자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고 계속 원도심에 살면서 선친께서 들려주신 현장을 지날 때 느끼는 감정은 귀소본능의 본뜻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선친의 회고에 따르면 우편국 낙성식은 인천의 큰 행사였고 많은 시민들이 운집하여 개국을 축하했다고 한다. 당시 12세의 초등학생이던 선친은 어머님과 함께 낙성식에서 행사를 지켜보았고 어린이들에게 나누어준 달콤한 사탕맛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20세기 초반 세계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우편국은 편지뿐 아니라 전화와 전보 등 통신수단을 총괄하는 중요한 관청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가까워오는 오늘날까지 인천우체국은 통신의 핵심기관으로 사명을 다해왔다. 한국전쟁 중에는 건물의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지만 1957년과 2004년 복구공사를 했고 1982년에 인천시는 유형문화재 8호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원도심의 우편량이 감소하게 되자 경인 우정청은 인천우체국을 연수동으로 옮기고 중구와 동구의 우체국이란 의미로 중동우체국으로 개명하여 업무를 계속해 오다가 지난해 세부점검을 통해 건물의 보수공사가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신흥동 정석빌딩으로 이전했다.

▶인천시는 시 예산으로 우체국 건물을 매입하여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서구와 송도신도시 개발에 따른 문제와 수돗물 사태가 계속되면서 번지고 있는 시정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시점에서 유형문화재를 보존하고 가꾸고 활용하려는 인천시의 뜻은 많은 시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우리 고장 인천은 1884년 한국 최초의 우편업무가 시작된 곳이고 당시 최초의 문위우표에 '仁'자가 선명한 귀중한 사용제 우표가 개항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천우체국 건물을 세계와 소통하는 국제도시 인천의 통신역사박물관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