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세 제조·건설 종사자
경비원·농부 등 12만명 훌쩍
폭염에도 냉방기 사용 못 해
에너지 빈곤 현황 조사 필요

 

▲ 6일 인천 남동구와 부평구 경계에 위치한 한 개별 공장단지. 정오를 즈음해 온도계가 40도를 넘어섰다. 이날 폭염 속에 공장들은 출입문, 창문을 모두 열어 놓고 있었다. 이 지역 노동자들은 자재 상하차와 분진, 소음까지 공장 환경이나 전기세 부담을 생각하면 한 여름 폭염에도 에어컨 바람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지난해 비정상적으로 기온이 치솟던 여름을 경험하고 딱 1년이 지났다.

다시, 더위는 우리 일상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올여름도 8월 들자마자 어김없이 폭염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폭염과 한파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연구기관들은 내다본다.

더위와 추위는 경제적 수준에 따라 불평등한 법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가구에 에너지지원사업을 벌이는 이유다. 크게 소득 지원, 가격 할인, 효율 개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일터에서 더위와 추위 문제는 에너지 지원사업 논의 테이블에서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사실, 하루 중 가장 더운 낮에 머무는 곳은 다름 아닌 노동 현장이다. 저소득층과 취약가구가 여름과 겨울에 더 고생인 것처럼 인천지역 영세기업들은 시설 투자, 유지 비용이 부담돼 제대로 된 냉방기, 온풍기 사용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불경기엔 전기세도 버거워" 에너지빈곤 사업체 조사부터

6일 찾은 인천 부평구 한 개별 공장단지. 오전부터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던 이 날, 공장들은 출입문, 창문 할 것 없이 열어 놓고 작업 중이었다. 노동자 대부분은 대형 선풍기 등지고 비 오듯 땀을 쏟아내고 있었다.

금속가공 절삭기를 다루던 이현석(48)씨는 "공장 지붕이 햇빛만 막고 있을 뿐이지 밖이랑 실내 기온이 똑같다. 30년도 더 된 건물이라 단열도 안 된다"며 "사업자 입장에서 에어컨 사는 돈도 부담이지만 에어컨 사용료로만 한 달 1명 인건비는 빠진다. 2~3명 일하는 공장에선 꿈도 못 꾼다. 더군다나 소음이랑 분진 때문에 창문도 열어놔 전기세가 어마어마해진다"고 전했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 할 것 없이 요즘 에너지 빈곤층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도 그 대상은 주택으로 한정돼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상위 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요금 할인(1만~2만원)과 생계급여에 광열비(냉난방비·취사비·전기요금)가 포함되는 게 대표적이다.

반면, 사기업들에선 에너지 빈곤 대한 정확한 정의와 합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인천지역 한 노동계 관계자는 "종사자가 10명 미만인 제조업체들은 산업 특성과 불경기가 맞물려 여름, 겨울철 냉·난방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 가정집처럼 연료비 지원 제도와 요금 할인 제도로는 산업 내 에너지 빈곤을 완화하기 힘들다. 최적의 냉·난방을 할 수 있도록 공장 효율 개선이 중요한데 기초작업인 사업체 전수작업만 하려고 해도 인력, 자금 투입 등 어느 하나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영세 제조업, 건설업 종사자만 12만명. 찾아보면 여름에 고생하는 노동자 많다

노동계 지적처럼 에너지 빈곤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 10명 미만 제조업체 소속 종사자는 인천에서만 7만명을 넘어선다. 인천시 자료인 지역사업체조사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종사자 1~9명 인천 제조업체는 모두 2만129곳으로 소속 인원만 7만282명이다.

이에 더해 주로 실외 노동을 하면서 더위 취약 업종으로 꼽히는 건설업 종사자는 5만1119명이다. 주차 관리원, 경비원, 농부 등 '잠재적 노동 빈곤층'까지 고려하면 에어컨 바람 쐬기 힘들 노동자 수는 더 늘어난다.

▲앞으로 10년 인천 더 덥다

최근 가장 더웠던 지난해 여름(5월20일~9월7일) 인천지역 온열질환자는 258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3분 1 정도는 실외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초, 환경부는 앞으로 10년간 우리나라 '폭염 위험도'가 과거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기상청 기후 전망 시나리오(RCP 4.5)를 활용해 전국 229곳 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2021~2030년 폭염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는데,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부평구와 강화군이 폭염 위험도가 '높음' 지역으로 포함됐다. 폭염이 더 일상화되고 심각해진다는 뜻이다.

두 곳은 2001~2010년(기준연도)에는 '보통' 지역이었다. 계양구 등 7개 군·구 폭염 위험도도 2001~2010년 '낮음'에서 '보통'으로 증가한다. 유일하게 중구만 폭염 위험도가 '낮음'을 유지할 전망이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