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 회장

외국 근무 중인 어느 대기업 주재원이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주재국 국제 학교에 다니게 하고 있다고 한다. 부부가 학교에서 기숙하고 있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 격주로 찾아가 이것저것 학교생활을 살피고 있다. 아이 엄마가 동반 휴직으로 외국에 가기 전에 일반고3 진학반 담임을 하였기에 더욱이 학생들 진학에 관심을 갖고 살펴봤다. 외국학교 학생들의 수업태도에서 우리와 커다란 차이점은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잠자는 학생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현장인 학교는 교실 수업이 무너져서 그런지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학생들이 대놓고 선생님의 가르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책상위에 엎드려 있는 학생, 그런 모습을 보고도 '수업을 방해하지 않고 엎드려 자는 것이 차라리 낫다'라는 태도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히려 깨워서 주의를 주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쉽고 더욱이 젊은 여자 선생님이 깨워서 주의를 주려고 하면 빤히 쳐다보면서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거나 심지어 욕설이 섞인 말투로 대들며 또다시 엎드린다고 한다. 젊은 혈기로 다루다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하고, 옆의 학생들이 키득이며 한 번 더 해보라고 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교무실에서는 선생님이 학생 통솔을 못한다고 오히려 교감, 교장 선생님의 눈에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교육부가 최근 밝힌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수학 기초학력 미달자가 1년새 7.1%에서 11.1%로 늘었고 영어는 3.2%에서 5.3%로 증가했다고 한다. 수학에서 기본 연산을 못하고 영어에서 기초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교실 수업에서 진도를 나가는 것은 이 학생들에게 가혹한 혹사일 수 있고 또한 학습 고문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 교과에서 기초 학력을 이룰 수 있도록 학교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 국가의 국민교육의 기본이다.

학교에서 기초 학력 미달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마땅히 학부모가 알아야 하고 또한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미래 국가 발전과 개인의 장래에 선행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계화 시대에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에 기초 학력이 부족해 사회에 나가서 올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하고 포기하며 주눅든 학생을 그대로 학교 밖의 치열한 세계 경쟁 사회로 내보내는 것은 국가의 국민 교육을 스스로 포기하고 방임한 것이다.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청을 비롯한 국가 교육기관은 학교별, 학생별 학업성취도 평가를 진단할 수 있도록 하여야 공교육 기관인 학교가 제대로 학생을 교육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지역별·학교별 줄 세우기라고 반대하고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학습 강요로 혹사시킨다고 하여 결과적으로 학교 밖 사교육 시장과 싸우는 교육청, 교육부가 되지 않길 바란다.

부모의 경제적·사회적 위치에 따라 사교육을 받아 앞서가는 학생들에게 성적결과에 따라 기관별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떨어진 학생이 열심히 하도록 격려와 뒷받침하는 공교육 시스템도 교육의 진짜 실력이다. 학교별,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수-학습으로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한 명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을 위한 공교육인지 누구를 위한 학교인지 교실에서 선생님의 위치가 어디인지 생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