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휘 법률사무소민 변호사

누구라도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피의자 신분이 되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경우 곧바로 변호인을 선임해 변호사를 통해 사건을 파악하거나 수사기관의 조사 때 동행해 조사를 받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변호사를 선임하든 그렇지 않든 형사절차(재판 포함)에서 유·무죄를 결정짓게 되는 핵심 증거는 대부분 수사단계(경찰, 검찰 단계)에서 현출되기 때문에 검찰이 기소하기 이전인 수사단계에서의 적극적 대응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수사'라 함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경우에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거나 공소를 제기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로서 범죄사실의 조사, 범인의 발견·확보 및 증거의 발견·수집·보전을 위한 수사기관의 활동이다.
수사는 범죄의 개연성, 즉 구체적인 혐의를 발견함으로써 시작되는 바, 이러한 범죄혐의 발견은 통상 피해자의 고소나 제3자의 고발을 통하여 수사가 시작되게 된다. 이처럼 고소·고발을 통하여 수사가 개시돼 자신이 피의자의 신분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 과정은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는지 아닌지를 밝히는 절차로서 이 자체가 형벌을 과하는 과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소제기 후의 재판과정에 앞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의자에게 보장되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수사 절차에 대응해야 한다.

첫째,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고소를 당했다면 수사기관의 조사에 앞서 내가 무슨 내용(사건)으로 고소를 당했는지 우선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하여 고소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경찰 수사서류 열람·복사에 관한 규칙(경찰청 예규), 사건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개검찰청 예규)에 따라 고소장 등 수사서류를 열람·복사할 수 있다.
둘째, 경찰(검찰) 수사관의 연락에 놀라거나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담당부서와 수사관을 확인한 후 사건의 간단한 내용을 물어보고, 만약 출석하라는 날짜가 촉박하다면 변호인 선임이나 고소장 열람, 복사 등을 이유로 출석날짜를 미룬 후 가까운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해 상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조사기일에 출석한 경우 수사기관의 질문에 대하여 피의자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 즉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진술을 거부하는 것 또한 좋은 태도는 아니다.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끌기 위한 유도신문을 하거나 범인으로 가정하고 질문을 하는 경우 통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넷째, 수사기관의 조사가 끝나게 되면 수사기관은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게 되고, 피의자는 조서에 서명·날인하게 된다.
피의자신문조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말을 듣고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피의자가 진술한 의도와 달리 작성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피의자는 신문이 끝나고 조서에 서명· 날인하기 전에 꼼꼼히 다시 확인한 후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잘못 기재된 부분에 대해서 수사관에게 수정 내지 삭제를 요청한 후 서명해야 한다.
다섯째, 수사기관에서 진술 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등 일관성 있게 진술해야 한다. 조사과정에서 진술이 자주 바뀌게 되면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사절차(경찰, 검찰)를 통해 검사가 범죄의 객관적 혐의 유무 및 유죄판결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공소를 제기하면 형사재판이 시작된다. 만약 수사 결과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불기소처분을 함으로써 형사재판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사절차는 종료된다.
형사재판 과정은 결국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진술과 증거(증거 방법)를 토대로 하며, 유·무죄 여부도 증거방법 등에 의해 결정된다. 수사과정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거나 무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이미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면 굳이 형사재판을 받지 않고도 수사단계에서 사건이 종료돼 피의자는 더 이상 피의자가 아닌 것이다.
수사단계에서의 피의자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 및 대응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년이 걸리는 형사재판의 과정을 굳이 거칠 필요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형사재판 과정에서의 대응보다 수사단계에서의 적극적 대응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