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군산시 신흥동의 일본식 가옥을 방문했다. 일제강점기 군산에서 포목점으로 큰돈을 번 히로쓰가 지은 목조 주택이다. 좁게 늘어진 편복도, 일본식 벽장(오시이레), 손님을 맞는 도코노마 등 일식 가옥의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다다미 깔린 방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구 송현동에는 적산 가옥들이 많았다. 조선이연금속(현대제철) 등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공장의 사택들이었다. TV로 김일 프로레슬링을 본 후 친구네 집 푹신한 다다미방에 함께 모여 격하게 박치기를 흉내 내곤 했다.

군산 방문 다음 날 인천의 신흥동 골목을 걸었다. 현재 이곳은 온통 공사판이다. 적산 가옥들을 헐어내고 지상 29층, 668채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 다행히 '부윤 관사'로 알려진 이층집은 이번 개발의 삽날에서 벗어났다. 히로쓰 가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1938년 건립 당시의 외형을 거의 간직하고 있다. 관사 주택과 이웃한 빈집을 들어가 보았다. 2층 방은 군산의 히로쓰 가옥을 보는 듯했다. 다다미가 깔려 있고 일식 벽장이 그대로 있다. 이미 철거된 집 중 상당수는 다다미가 깔렸고 벽장도 있었을 것이다. 10년전만 해도 신광초교 앞에 다다미를 수리하는 점포가 있었다. 그만큼 그 동네에 수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최근 인천시는 신흥동 '부윤관사'를 매입해 보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웃한 일본식 주택들도 포함해 '마을박물관'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은 미추홀구와 함께 2015년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을 시작으로 '쑥골 마을박물관' '독정이 마을박물관'을 개관했다. 마을박물관은 동네 역사와 주민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기억 저장소'이자 사랑방이다. 지우고 싶지만 기억해야 할 장소로 신흥동 관사마을만 한 데가 없다.
/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