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내년 17억 필요
지급연령·금액 변경추진
"버려지는 기분에 허탈해"
포천지역 80세 이상 노인들이 장수수당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포천시가 노령인구 증가로 재정난을 우려해 수당지급 기준을 재검토해서다. 해당 연령층 노인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30일 시에 따르면 2006년부터 만 80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2만원의 장수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경로효친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안정된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매년 노령화 인구가 늘면서 예산이 증가하는 등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 최근 3년간 수당 지급 현황을 보면 2016년 11억9446만원(5만9723명), 2017년 13억402만원(6만5201명), 2018년 14억222만원(7만111명)이다.

올해 예산은 14억4000만원이다. 하지만 5월 말 현재 6억2220만원(3만1110명)이 지급됐다.
그러자 시는 부족한 예산을 위해 추경(2차)에 1억원을 더 세웠다.

시의 고민은 또 있다. 지난 5월 말까지 80세 이상 노인은 6775명이다. 내년엔 1086명이 더 늘어난다. 이럴 경우 내년 예산은 17억1400만원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조례를 개정해 재정난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장수수당을 계속 지급할 때 얻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시는 지급대상과 기준을 마련한 계획안을 내놨다.

첫 번째는 만 90세 이상 월 3만원이다. 이럴 경우 내년 예산은 5억3700만원이 된다. 다음은 만 85세 이상 월 2만원 지급이다. 규모는 13억3000만원이다. 시는 이같은 내용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 오는 12월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노인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주민 이모(86)씨는 "장수수당을 줘서 고맙게 생각했는데 돈이 없어 못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선거때면 허리 숙여 뭐 해주겠다고 약속하더니 이젠 노인들을 버리는 거냐"고 화를 냈다.

또 다른 주민 김모(82)씨는 "손주들한테 용돈도 주고 밥도 사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는데 이제 못 받는다고 하니 섭섭하고 기분이 나쁘다"며 허탈해했다.

시 관계자는 "노령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장수수당 지급조례 개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설문조사를 통해 주민의견을 듣고자 하는데 노인분들의 반발이 예상돼 조심스럽다"고 걱정했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