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지란(知覽)특공평화회관을 찾아가는 길은 간단하지 않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각국의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 그리고 기념관들을 수없이 찾아가 보았어도 일본열도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는 지란회관까지의 길은 멀고 복잡했고 심경 역시 착잡했다. 2차대전 말기에 일본을 향해 북상하는 미국 군함을 향해 자폭하는 가미카제 전투기의 출격기지는 일본 열도 최남단 가고시마(鹿兒島)의 바다가 보이는 산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달 도쿄에서 일을 끝낸 후 신칸센 고속열차로 장장 1500㎞를 주파하고 다시 지방 버스로 한 시간 이상을 달려 가미카제 기념관을 찾아간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와 자살특공대로 출격했던 젊은이들의 심경을 좀 더 알고 싶어서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미카제 특공대와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원자탄 피폭으로 무조건 항복하고 평화헌법을 만든 후 이제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일본 그리고 자살특공비행사들의 심경도 다각적으로 알고 싶었다. ▶지란기념관은 미군이 오키나와 해역에서 일본군에 연승하면서 북상하고 있을 때 가미카제 특공 비행사들이 출격하던 육군항공기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비행사들이 남긴 자료들과 당시의 비행기들을 보존하기 위한 자료센터가 1975년에 설립되었고 1985년에 지란평화회관으로 거듭났다. 조국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을 추모하고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평화를 위해서 평화회관을 설립했다고 밝히고 있었다. ▶기념관의 규모나 전시된 자료들은 의외로 크고 많았다. 때마침 일본 육상자위대생들이 단체로 기념관을 관람하고 있었고 일반인들도 많았다. 1945년 3월26일부터 7월19일까지 계속되었던 가미카제 자살특공비행에서 희생된 1036명의 젊은 비행사 중 절반 이상이 지란기지에서 출격했고 그들의 평균 나이는 21.6세였다. ▶가미카제 관련 1만4000여점의 자료 중에서 파이럿트들의 편지나 유서는 4000여점에 이른다. 기념관에 전시된 사진들과 집으로 보낸 편지들은 대부분 어머니 앞으로 되어있었다. '사랑하는 어머니! 나는 오늘 출격합니다. 어머니 사랑해요. 어머니처럼 위대한 사람은 없습니다. 어머니! 어머니!'(나카무라, 20세), '지금은 새벽 3시. 나는 죽기 싫다'와 같은 자살특공(가미카제) 출격 직전에 쓴 편지나 일기를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자살비행으로 미군함정과 군인들을 공격한지 74년이 지난 바로 그날 도쿄에서는 아베 수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환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