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3기 신도시 정책의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
[시 론] 3기 신도시 정책의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
  • 인천일보
  • 승인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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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7일에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에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을 추가해 다섯 곳을 3기 신도시로 확정했다. 2022년부터 30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21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후 8개월 만에 신도시 계획을 마무리했다. 전격적이고 기습적이다. 서울에 집중된 주택수요를 분산시켜 서울의 집값 급등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노태우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의해 조성된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집값 하락과 교통 악화를 우려하며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 팽창과 도시 집중으로 인한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는 신도시 정책이 저출산·고령화시대에도 통할 지 의문도 제기된다. 신도시 정책의 모델이 되었던 일본의 '다마'신도시가 유령도시로 전락한 사례가 타산지석으로 거론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몇 가지 짚어본다.

먼저 주택정책을 누가 담당해야 하는 지에 관련된 문제이다. 영국의 한 경제학자는 집값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인을 말해보라고 했다. 필자가 머뭇거리다 되물었다. 그는 서슴없이 "첫째는 주택의 위치이고, 둘째도 그 위치이고, 셋째도 그 위치"라고 했다. 그만큼 주택가격은 지역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택문제는 지역에 따라 사정이 다르다. 어떤 지역은 주택이 남아돌고 가격이 떨어진다. 다른 지역은 주택이 부족해서 주택가격이 상승한다. 전국을 관할하는 중앙정부는 지역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에 중앙정부가 탁상 위에서 펼치는 주택정책은 어느 지역에도 맞지 않게 된다. 역대 주택정책이 모두 실패했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국지적인 주택문제를 전국을 관할하는 중앙정부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주택정책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속한다. 서울의 주택문제는 서울의 관점에서 서울이 해결해야 한다. 인천과 고양시와 부천시의 주택문제는 각각 그 지역의 입장에서 해당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서울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도시를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둘째로, 정부가 집값을 잡는 것이 바람직한지,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집값을 잡는 것이 지상목표인 것처럼 신도시 정책뿐만 아니라 대출 규제, 양도세, 보유세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의 집값을 잡는다고 한다면 정부가 먼저 적정한 집값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 내지 수용이 가능해야 한다. 시장경제하에서 집값은 근본적으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시장의 가격은 현장에 분산된 지식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특출한 정책결정자라고 할지라도 분산된 현장의 지식과 정보를 모두 알 수는 없다. 아무리 지식을 모으려고 해도 그것은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말로 표현되고 집적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적정한 주택가격을 기획할 수 있다는 착각은 하이에크의 표현을 빌리면 '치명적인 자만'이 된다.
셋째로, 급조된 신도시가 수도권 인구 집중에 미치는 영향이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인구의 집중이 완화된다. 선호 지역에 주택가격이 낮으면 인구는 더 집중될 것이다. 이 점에서 집값은 인구 집중을 조절하는 자동조절장치가 된다. 주택가격을 정부가 개입해서 강제로 낮추면 인구유입은 늘어날 것이다.
인구 유입으로 주택수요가 증가하면 다시 집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된다. 서울의 집값을 잡기 위한 신도시 건설은 결국 서울의 집값을 잡지도 못하고 수도권 인구 집중은 증가할 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구하는 균형발전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주택의 수급과 주택가격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주택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 개입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주택문제에 한정해야 한다. 그것도 해당 지방정부가 주관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탑다운(Top-down)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대도시의 경우에는 하나의 도시안에서도 자치구에 따라 주택 사정이 다르다. 이런 경우에는 자치구별로 주택정책의 권한을 부여해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어느 경우이든 반 시장적 정책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일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문제를 증폭시키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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