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아버지를 만난 딸은 서툰 한국말로 "보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자신을 만나러 머나먼 길을 날아온 딸을 껴안고 아버지는 한참을 울었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20대 여성이 인천 계양경찰서 계산지구대에서 아버지와 상봉했다. 경찰의 관심이 극적인 만남을 이끌어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계산지구대 최광현 경위는 지난 5일 오전 11시20분쯤 지구대 앞에서 물건을 정리하다가 A(21)씨와 마주쳤다. A씨는 계양구청에서 등본을 발급받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마침 발견한 지구대 앞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 망설였던 것이다. 최 경위는 캐나다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이보영 순경과 A씨 사연을 들었다.

계양구에서 태어난 A씨는 2살 무렵 어머니와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A씨 부모는 생활고로 합의 이혼했다. 성장하면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은 커졌고, 더 늦기 전에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서 무작정 한국으로 왔다고 A씨는 설명했다. 딱한 사정을 들은 경찰은 곧바로 이름과 나이를 바탕으로 수소문한 끝에 강화도에 살며 조경사업을 하는 아버지 B(56)씨와 연락이 닿았다.

경기도 연천군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B씨는 이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계산지구대로 달려왔다. 그리고 결국 그날 오후 7시30분쯤 20년 만의 상봉이 이뤄졌다. B씨는 "그동안 딸이 보고 싶었지만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찾을 용기가 없었다"며 동행한 A씨 어머니에게도 "딸을 잘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