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이유로 응급실 문까지 닫은 인천적십자병원이 수십억원의 빚을 내 장례식장을 새로 짓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병원 운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 연수구에 자리 잡고 있는 인천적십자병원은 인천의 몇 안되는 공공의료기관 중 하나이다. 요즘 이곳 병원 한쪽에서는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기존 지상 2층 규모의 장례식장이 있기는 하지만 낡고 협소하다며 60억원을 들여 장례식장을 새로 짓고 있는 것이다.

1956년 인천 동구에 문을 연 인천적십자병원은 인천 최초의 종합병원으로 2000년대 초 지금의 자리로 이전해 연수구를 비롯, 남부권역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만성적자에 허덕이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누적적자만 20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급기야 지난해 11월에는 응급실 문을 닫고 15개의 진료과목을 6개로 줄이면서 33년간 이어오던 종합병원 간판도 내렸다.
이런 처지의 인천적십자병원이 수십억원을 들여 장례식장을 새로 짓고 있으니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여진다. 재정이 부실한 인천적십자병원은 장례식장을 짓는데 필요한 사업비가 모자르자 대한적십자사로부터 60억원을 대출 받았다고 한다. 공공의료기관으로 의료활동을 포기하고 장례업에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난이 지나치지 않다.

장례업은 수익성이 큰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초기 시설 투자만 해 놓으면 적은 운영비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안 좋은 인천적십자병원 입장에서 장례식장은 수익을 보장하는 확실한 투자처로 보였을 것이다. 인천적십자병원은 수익률이 높은 장례식장을 운영해서 번 돈으로 응급실 등 의료체계를 안정화하고 경영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병원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환자 치료보다는 수익이 큰 환자의 사후 케어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병원은 환자의 목숨을 살리는 의료기관이다. 더욱이 인천적십자병원은 공익에 최우선의 가치를 둬야 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생존이 먼저인지, 존재의 가치가 먼저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