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등 이유로
사전신고 제도 무산
경기도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가 자신의 국가로 달아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경찰청 등에 따르면 도내 불법체류자 범죄현황은 2015년 867건, 2016년 1684건, 2017년 1004건 등 모두 3555건으로 집계됐다. 전국(서울 1558건·경남 1380건)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불법체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소재지와 신분이 명확하지 않아 내국인에 비해 용의자를 특정 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하더라도 이들을 쉽게 검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주하는 불법체류자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25일 안양시 한 아파트에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부모 살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중국인 3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달아나 적색 수배령이 내려졌다.

또 2015년 10월에는 여주에서 50대 농장주를 납치, 살해한 불법체류자 2명(우즈베키스탄 국적)이 본국으로 출국했고, 11월에는 광주에서 불법체류자(중국국적)가 40대 내국인 남성을 살해한 뒤 다음날 오전 중국으로 도주한 일도 있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이들의 국내송환을 위해 해당국가에 요청한 건수는 2017년 43건, 2018년 34건, 2019년 12건 등이다.

불법체류자가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관련 당국에 단속돼 강제출국 당하는 경우와 자진출국 의사를 밝혔을 때다.

불법체류자가 단속되면 보호소 등지에서 머무르면서 조사를 받는다.

반면 자진출국을 원하면 출국 전 공항에서 신청하기만 하면 된다. 불법체류자가 도주하기 위해 자진출국을 신청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기능이 약한 셈이다.

이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015년부터 '사전 신고제'를 도입할 것을 법무부에 요청해 왔다.

사전 신고제는 불법체류자가 자진 출국할 땐 최소 2일 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미리 신고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인권침해 등의 이유로 논의 단계에서 무산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