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 故 김초원 교사
5년전 단원고 담임 첫 부임
출근 한시간 빨리 '학생맞이'
주말 휴일도 아이들과 함께
언니 때론 친구같던 '참교육'
▲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김초원(가운데) 교사와 제자들이 참사 당일 배 객실에서 깜짝 생일파티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제공=유가족 김성욱씨


"아빠, 나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한 중학생은 예쁘면서, 친구들을 사랑하는 담임 선생님이 굉장히 좋았다.

선생님이라는 꿈은 그렇게 다가왔다.

아빠의 만류에도 반드시 선생님이 될 것이라며 다짐을 내비치던 그는 26세, 고등학교 담임교사로 꿈을 향해 큰 발을 내딛는다.

가르치고, 대화하고, 밥 먹고, 걷고. 제자와 함께하는 모든 일상이 기뻤다.

먼저 학교에 나가거나, 근무 밖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제자와 더 같이 있으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수학여행으로 제자들과 배에 탔다.

마침 생일인 선생님을 위해 제자들은 배 안에서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너무 행복했다.

그도 잠시, 배가 사고로 기울었고 물이 차올랐다.

그는 위기의 상황에도 탈출하지 않고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학생에게 입혀줬다.

이어 다른 학생들이 있는 4층 객실로 향했다.

선생님은 그렇게 제자를 향해 짧은 '참사랑'을 실천한 채 떠났다.

곧 다가왔던 '스승의 날'은 축하의 주인공 없이 쓸쓸히 지나갔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고(故)김초원 교사의 이야기다.

김 교사 아버지 김성욱(61)씨는 스승의 날을 앞두면 가슴이 아파온다.

누구보다 제자를 아끼고 사랑했던 딸이 더욱 떠오르는 때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이날(14일)도 마찬가지다.

김성욱씨는 "(초원이는)자신이 힘들어도 아이들과 가까이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스승의 날이라니까 불현 듯 딸이 더 보고 싶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김 교사는 2014년 2월 단원고와 기간제 계약을 맺고 3월 학생들과 만났다.

담임직으론 처음이었다.

출근보다 한 시간 빠른 오전 7시쯤 먼저 학교에 가 등교하는 제자를 일일이 맞았다.

주말 휴일도 제자들과 영화보고, 등산가고, 밥을 먹는 시간으로 채웠다.

제자들은 김 교사를 '언니 같은' 때론 '친구 같은' 선생님으로 부르며 좋아했고, 잘 따랐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김 교사 생일이라는 걸 안 제자들은 배에서 파티를 열고 편지 등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참사 현장에서 제자들을 끝까지 구하려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국가는 기간제라는 이유로 김 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명예조차 지켜주지 않았다.

2017년 5월 15일 스승의 날 뒤로 정부가 관련 절차를 밟아 나중에 인정됐다.

이 같은 슬픔을 김 교사의 제자들이 덜어주고 있다.

제자들은 당시의 선생님을 잊지 않았다.

8명의 생존 제자들은 김성욱씨에게 수시로 "선생님이 보고싶다"는 내용의 전화,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김 교사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가는 제자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성욱씨는 제자들 덕분에 '딸이 자랑스러운 선생님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린다.

"사랑하는 초원아. 내일 스승의 날이구나. 그곳에서 아끼던 제자들과 함께 축하받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렴."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