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호 인천 남동구청장

대한민국 청년들이 꿈을 잃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란 뚜렷한 희망도 없는 것 같다. 지난 2015년 연말에 A취업포털 사이트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한 적이 있다. 당시 1위를 차지했던 사자성어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이었다.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다는 의미다. 이후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엔 여전히 팍팍한 현실이다. 지난해 연말 설문조사에선 '노이무공'이 3위로 밀려났지만 말라죽은 나무와 불 꺼진 재라는 의미의 고목사회(枯木死灰)가 2위로 등장했다. 대한민국 청춘들이 이 땅에서 얼마나 피로감을 느끼며 사는 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년들의 고충은 깊어만 가는데 정부에선 엉뚱한 발언으로 이들 가슴에 불을 지르곤 했다. 지난 1월말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만 말하지 말고 아세안 국가를 가보면 '해피 조선'을 느낄 것"이라고 말해 젊은이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그는 해당 발언 후 하루 만에 사퇴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은 과거 정권에서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 2015년 3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말해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빚을 지고, 졸업 후에는 일자리 부족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청년일자리 핵심정책인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로 약 15개월간 32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희망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유인 효과를 놓고서 뒷말이 많은데다, 정작 청년 체감실업률이 역대 최악이라는 핵심 통계는 빼놓았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자에 잠재 구직자 등을 포함하는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지난달 25.1%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1%p 급등했다. 문제는 정책이다. 정부이건 지자체건 이제는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갖고 취업 또는 창업전선에 뛰어들게 해줘야 한다.

인구 55만명이 살고 있는 인천 남동구 또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지역 내 최대의 화두 중 하나다. 열정이 넘치는 젊은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쳐야 지역의 미래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남동구에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청년 창업이다. 지난 4월에는 구월테크노밸리 지식산업센터 내에 청년창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개소식을 가졌다. 청년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 사업을 착수하게 됐다. 청년창업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남동구가 직접 기획하고 추진했다. 사무실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청년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위탁운영기관도 청년기업으로 선정하고 24시간 개방을 통해 청년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4년 가까이 방치됐던 인천 '남동타워'도 청년 문화기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남동타워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08억원을 들여 지은 뒤 남동구에 기부했지만 4년 가까이 기부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이곳에 청년들을 위한 장을 마련해 청년 커뮤니티 활성화와 에너지 창출을 위한 전초기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남동에코스마트벨리에도 청년 친화형 단지를 조성해 지역의 젊은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도록 할 예정이다. 젊은이들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위해 인천도시첨단산업단지 내에 행복주택 시범단지도 조성한다. 2021년이면 복합용지에 행복주택 100호를 공급할 방침이다. 구에서 지역 청년예술인들을 직접 고용해 공익행사에서 공연을 하도록 해 지역 문화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년 일자리와 주민들의 문화 향유를 한꺼번에 늘리려는 것이다. 지난해 2차례 공개모집을 통해 총 57명의 예술인들이 활동 중이다.

지난해 7월 남동구청장에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야 할 일은 쌓여있고 가야 할 길도 멀다. 하지만 더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책적 뒷받침은 계속될 것이다. 남동구만큼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대와 꿈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다양한 청년대책을 통해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해 노력하는'청춘'들을 응원할 것이다. 내일쯤에는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 청년창업지원센터를 둘러볼 생각이다. 미래를 위해 땀 흘리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얘기라도 한마디 하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