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영 한국정신분석상담학회장

지금은 분노의 시대인가. 화난다고 자기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로 싸우다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벌어진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분노가 누적되고 어느 날 분노가 폭발한다. 분노는 익숙한 감정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른다.
분노는 매우 정상적이고 건강한 인간 감정이다. 다만 이것이 통제를 벗어나 파괴적으로 될 때 우리의 삶 전체에 문제를 일으킨다. 분노는 짜증에서부터 격렬한 격노까지 다양한 강도를 가진 감정 상태다.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분노는 물리적, 생물학적 변화를 동반한다. 화가 나면 에너지 호르몬, 아드레날린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심장 박동과 혈압이 상승한다.

분노를 표현하는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은 공격적인 반응이다. 분노는 우리에게 가해진 위협에 대한 자연스럽고 적응적인 반응이다. 공격받았을 때 우리 자신을 방어하고 싸우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감정과 행동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분노는 우리 생존에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화가 날 때마다 화나는 대상을 공격할 수는 없다.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그런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사회 자체가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사회는 우리의 분노를 어느 정도 표출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긋고 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분노를 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쓴다. 분노를 처리하는 일반적인 세 가지 방법이다. 첫째는 자신의 분노를 단호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가장 건강한 표현 방법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요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것을 어떻게 얻을지 배워야만 한다. 그러나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발견하는 것도 실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가장 쉬운 방식이 아니라 종종 가장 어려운 방식이다.

두 번째는 분노를 억눌러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으로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걸 멈추고 뭔가 긍정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든가 미친 듯이 일을 하든가. 이렇게 함으로써 분노를 억압하고 보다 건설적인 행동으로 에너지를 전환하는 방법이다.
분노를 밖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분노는 우리 자신에게 되돌려질 수 있다. 이것은 위험을 수반한다. 분노가 안으로 돌려지면 고혈압이나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를 건설적이기보다 병리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화나는 대상을 직접 대면하기보다 그들에게 왜 그런지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대상에게 간접적으로 보복하는 수동적·공격적 행동을 하는 것이다. 또는 끊임없이 빈정거리는, 적대적인 성격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계속해서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리고, 모든 것을 비난하고, 빈정거리는 말이나 하는 사람은 자신의 분노를 건설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억울하다며 또 분노할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조용히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이 방법은 밖으로 향하는 행동만이 아니라 내적 반응까지 통제하는 것이다. 심장 박동을 낮추고, 자신을 가라앉히고 감정이 꺼지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명상이나 복식호흡을 하든가 혹은 분노 상황에서 잠시 철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분노 통제의 목표는 분노라는 감정과 분노로 인해 일어난 생리적 각성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대상(사람이든 일이든)을 제거하거나 피할 수 없다. 더구나 그 대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우리가 왜 그리 화를 내고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반응을 통제하는 것을 배울 수는 있다.
종종 분노를 느끼면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 억누르지 말고 표출하라고 권한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이야말로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분노와 공격성을 더욱 증진시킬 뿐 상황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결국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건 분노에 불을 지피는 것과 비슷하다. 마치 분노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과 같다고 할까. 물론 위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러니 자신이 화를 자주 낸다면 자신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누군가의 말처럼 '분노를 통제하라. 분노가 당신을 통제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