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장치 훼손·방치 태반 신호 감지기 멈춘 지 오래
장애인이 집밖을 나서기 어려운 정도로 험난했다. 인도 곳곳은 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장애물이 넘쳤났다.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은 쉽게 찾아 볼 수 없었고, 이들의 유일한 보행로도 주정차 차량으로 막혔다. 장애인의 날 39주기를 앞둔 18일, 기자가 찾은 수원 등 경기도내 신도시의 민낯이다.
이날 오전 9시 수원 광교 신청사 예정지 앞. 폭 7m, 길이 1000m 인도는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로 넘쳤다. 누구는 핸드폰을 보거나 또는 동료와 대화를 나누며 평범하게 움직였다.
장애인은 어떨까. 그들에게는 평범한 인도가 아니다. 목숨 걸고 걸어야 할 만큼 위험했다. 넓은 인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하나도 없다. 엉뚱하게도 보행과 상관없는 택시 승강장 앞에만 설치돼 있었다. 200m 떨어진 인도에 있는 점자블록은 쪼개지는 등 훼손됐다. 이 블럭은 방향전환, 경고, 대기 등 시각장애인의 방향유도용으로 쓰인다. 눈 같은 역할이다.

오전 11시쯤 광교 법조타운 앞 신호등의 시각장애인용 신호 감지기는 작동이 멈췄다. 장애인들은 감각에 의존해 도로를 건너야 했다. 시각장애인에게 도로를 걸을 보행권이 주어지지 않은 셈이다.
인근 화성 동탄신도시 상황도 똑같다. 동탄 반송동 한 인도 한가운데 높이 7㎝, 크기 90㎝정도의 맨홀뚜껑이 솟아있다. 폭 2m 인도 중앙을 맨홀뚜껑이 가로막으면서 시민이 지나갈 공간은 65㎝정도로 비좁았다. 때마침 한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이곳을 지나갔다.

이 여성은 유모차를 힘겹게 들고 좌우로 수차례 왔다 갔다 하면서 이 턱을 통과했다. 지체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내려 이곳을 통과하긴 거의 불가능하다. 휠체어가 2㎝이상되는 턱을 넘다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련법에도 지체장애인 보행편의를 위해 인도 턱 높이가 2㎝를 넘기면 안되고, 폭도 2m이상 돼야한다고 명시 돼 있다.
경사가 심한 인도도 쉽게 찾았다. 반송동에서 300m 떨어진 한 인도의 경사면 각도를 각도기로 측정해 보니 13.6도가 나왔다. 스키장 상급자 평균 코스 경사도(15.4도)와 맞먹는 만큼 휠체어로 이동하기 힘들다.
기자가 이 지역을 돌며 발견한 이같은 인도는 열댓 곳이 넘었고, 주정차차량에 보행로가 가로막힌 장소도 8곳에 달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일반시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못할 사소한 것도 장애인에게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며 "장애인들이 맘편히 집밖을 나설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관심가져야한다"고 밝혔다. .
한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오는 5월8일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대상으로 한 장애인 보행환경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