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룸살롱 등 화류계 업소
일부 간판 자극적 문구·그림
노출 종사자와 민망한 대면
유해환경서 보호 법망 허술
교육청 "안보내는 것이 상책"
▲ 17일 오후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화성시 동탄 남광장에서 한 학생이 술집 홍보 입간판을 지나 학원을 가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아이들이 룸살롱 업소를 드나드는 어른들을 그대로 볼 텐데, 걱정이네요. 학원 끝날 때 데리러 갈 수밖에 없어요."

17일 오후, 화성 동탄신도시 한 상권을 지나던 학부모 A씨가 걱정을 토로했다.

자녀가 이 근처에서 학원을 다니는데, 유흥업소가 너무 많다는 이유다.

실제 상권을 둘러보니 성냥갑처럼 빼곡한 10층 이상의 고층 건물에 '룸살롱', '노래빠' 등 간판을 내건 각종 화류계 업소가 줄을 지었다.

일부 업소는 간판에 '미인 항시대기' 등 자극적인 문구를 담거나 여성이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있는 그림을 넣기도 했다.

인근에는 교과보습 등 여러 학원이 있는 건물이 마주하고 있었다.

도무지 어울릴 수 없는 유흥과 교육이 하나의 상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한 학원은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학원이 자리한 6층 밑으로 5층 '룸살롱', 4층 '노래방·룸살롱', 3층 '바(bar)' 등 약 7개의 유흥주점이 영업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청소년들이 취객 또는 노출이 과한 옷차림의 여성 종사자와 엘리베이터, 출입문을 함께 사용하는 등 민망한 상황이 벌어져왔다.

동탄에 학원을 운영 중인 원장 B씨는 "건물주로부터 유흥업소는 임대를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입주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내가 뭐라 할 권한이 있는 건 아니지 않냐"고 답답해했다.

이 같은 구조의 상권은 동탄뿐만 아니라 수원, 성남, 평택, 고양 등 여러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목격되고 있다.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고양에 사는 김모(25·여)씨는 "고등학생 때 학원에서 나오면 한복 입은 여성, 남성 무리와 마주치곤 했다"며 "아직도 이런 현상이 있는데 청소년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학원은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로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법 자체에 허점이 많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은 유흥업소를 학원과 동일한 건물에 있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면서도 연면적 1650㎡이상의 건물은 예외로 두고 있다. 신도시에 지어진 대부분 상가의 규모보다 작은 면적이다.

비록 '20m 이내 동일 층' 및 '6m 이내 위·아래층'은 허가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뒀지만 이정도는 쉽게 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는 앞서 2011년 법 개정을 한 뒤 여태까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관계부처는 문제를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원은 영리사업에 속해 학교보다 기준이 엄격하지 않다"며 "학부모가 되도록 자녀를 유흥업소와 가까운 학원으로 보내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김도희·김채은 인턴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