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 (사진 오른쪽)
 

상부상조(相扶相助), 환난상휼(患難相恤)은 공동체적 삶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중요한 덕목이며 자원봉사의 기본 정신이다.
강원산불 피해 현장에도 소중한 발걸음과 기부물품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며 핵심 자산이다. 여기에 피해 현장을 잘 살피고 구체적 수요에 근거한 효과적인 활동을 기획, 실행하는 것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없는 자원봉사활동이 될 수 있겠다.
산불피해는 수해나 태풍피해와는 그 양상이 매우 다르다. 피해조사가 끝날 때까지 피해현장의 접근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당장은 이재민에 대한 지원으로 집중된다.
강원도 고성군·강릉시·동해시·속초시의 경우 민관협력 방식으로 현장 자원봉사센터가 설치됐다. 특히 고성군의 경우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이 구성되어 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자원봉사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활동을 연계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전에 준비되고 계획되지 않은 대규모 방문과 무차별 기부물품의 답지는 오히려 현장의 질서를 깨뜨리고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자원봉사계는 산불피해지역 자원봉사활동의 모토를 '멀리 보고 길게, 그리고 함께 가야 한다'로 정했다. 그에 따라 전국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그리고 현장 실효적인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당장은 농번기에 마음이 타들어가는 지역주민들을 지원하는 농촌봉사활동을 추진한다. 이후 진행될 숲과 도시재생에도 나무심기 활동, 전문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맞춤형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국의 자원봉사센터 및 단체들이 협업하여 볼런투어(Volunteer+Tour)를 추진하고, 농산물직거래 장터를 개설하여 지역경제에 실질적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것은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이다.

자원봉사의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현장의 요청에 귀 기울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눈앞의 산불피해 복구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 스스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체계와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것은 멀리 보고 함께 가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