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이사장

제8대 연수구의회가 구성된 지 벌써 9개월이 지나고 있음에도 아직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원구성이 안된 채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구의 높은 위상과는 완전히 반대다. 언론과 구민들이 질책을 하고 따갑게 지켜보고 있음에도 요지부동이다.

정당 간 갈등으로 상정된 안건이 부결되거나 보류되어 행정업무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구정이 삐걱이고 집행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조차 일손을 놓고 있다.
출산장려금 지원을 위한 1차 추경 예산안 30억원도 전액 삭감되고, 상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아예 상임위원회에서부터 부결되거나 보류된 민생 안건도 부지기수다.
이는 행정절차의 미숙이나 타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의회 내부의 정파 싸움으로 처리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공통된 여론이다.

연수구의회 의원은 모두 12명으로 그 중 9명이 초선이다.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7석, 자유한국당 5석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의장, 부의장, 3개 상임위원장 등을 독식하려 하면서 파행이 시작됐다. 이를테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것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거부하는 식이다. 민생은 뒷전이고 나쁜 버릇부터 배운 탓일까 묻고 싶다.
공무원들과 구민들 사이에서는 의회가 구정의 디딤돌이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구의회의 무용론과 차기 선거에서 모두 갈아치워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많다.

기초의회 의원들의 파행이나 비행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얼마 전 경북의 모 군의회 의원이 해외 연수 중에 가이드를 폭행하고 추태를 벌여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연수구 의원이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구에서 수억 원의 보조금을 타낸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연수구의회는 최근 크루즈 여행이 공무출장에 해당된다며 세금으로 된 예산을 사용하려다가 망신을 사기도 했다. 무릇 정당의 이익이 구민의 이익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당의 이익이 반드시 구민의 이익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구민의 복리를 위해 구민의 생활을 파고들어야 할 기초의원들에게까지 중앙에서나 있을 법한 정당의 논리를 대입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 구민의 생활보다 자리싸움이나 세력 싸움 등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면 진정한 자치 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지방의 끈질긴 노력으로 정부도 지방분권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재정, 조직, 업무의 지방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지방에서 이러한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지방자치가 무용지물이 된다 해도 누가 반론을 펼 수 있겠는가.

작은 자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민의 복리를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싸움은 정말 부끄럽다.
의원들에게 당부하건대 구민의 대표로서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수행하여 구민의 신뢰를 받겠다고 다짐했던 선서를 잊지 말고, 당리당략이 아닌 개인의 소신대로 일해 주기를 바란다. 연수구 의회가 조속한 시일 내 정상화되어 구의 산적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풀어가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