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가족경영 리스크
아시아나, 사업확장 무리
'오너 부재' 맞물린데다 구설 오른 점은 유사
국적 대형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오너 부재'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벼랑 끝에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대한항공의 지배력 우려가 나오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문제를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해결해야 할 외통수 형국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한진그룹 조 회장과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시기까지 공교롭게 비슷하게 맞물렸고, 본인·가족들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는 공통점도 닮았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뇌관은 비슷한 시기에 터졌지만 위기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다른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가족경영 리스크 관리 실패의 측면이 크고, 아시아나항공은 무리한 사업 확장이 화를 자초한 형국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오너 일가' 리스크는 대한항공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졌고, 여론은 대한항공 곳곳을 정조준하게 했다. 심지어 대한항공 직원들까지 비판에 가세하는 사태로 번졌다.

여기에 한진칼의 2대 주주 행동주의 펀드 KCGI가 경영권을 위협했고, 그 여파는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부결로 나타났다. 재무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진칼 지분(17.84%) 승계 구도가 복잡하게 그려진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위기는 재무·실적 악화에서 비롯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꿈꾸던 박삼구 회장이 유동성 위기를 막지 못했다. 최근 감사보고서 사태까지 더하면서 산업은행과 갈등에 따라 매각 압박을 받고 있다.

역설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사실상 박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2010년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2010년 636.34%였던 부채비율은 2015년 991.48%를 기록했다. 자산매각 등 자구 노력으로 부채비율이 줄었으나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814.85%로 높아졌다.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해 자금을 끌어 모아 7228억원에 인수했다. 2017년 우선매수청구권을 앞세워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섰으나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지난해 4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 넘어 갔다.

/김기성 기자 audis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