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굿네이버스 인천본부장

3월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물의 날을 지내다보면, 이따금 생각나는 물과 관련된 몇 가지 기억이 있다.
군 복무 시절, 약 400㎞를 걷는 천리행군 훈련에 참여한 적이 있다. 2~3개의 산을 넘어갔다가 적군시설을 타격하고 돌아오는 길에 중대원 모두 목이 무척 말랐다. 개인수통의 물은 이미 다 마셔버린 터였다. 그러던 중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갑자기 축산농가 하나가 눈에 띄자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축사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마셨다. 참 시원했다. 하지만, 그 물은 축사 청소용으로 쓰는 물이었다.
썩은 해골 물을 아주 시원하게 들이켠 원효대사의 마음이 이랬을 거라며 당시 부대원들과 허탈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또 다른 기억은 업무차 대학생 봉사단원들을 이끌고 캄보디아 출장을 갔었던 일이다. 캄보디아는 물의 나라라고 할 만큼 곳곳에 호수가 있고 물웅덩이가 있었다. 그런데 캄보디아 시골지역의 아이들은 깨끗하지 않은 물에서 헤엄치고 목욕하며, 주부들은 더러운 물로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물 속에 오리, 개와 같은 가축들의 배설물과 가정의 오·폐수도 섞여 있는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보게 된 이후, "어떻게 저런 물에서 사람이 살 수 있지? 아이들의 건강이 괜찮을까?"라는 생각과 "과연 사람에게 좋은 물은 어떤 것일까"하는 고민이 함께 들었다.

세계 물의 날은 날로 심각해지는 수질오염과 물 부족 문제를 널리 알리고 물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기 위해 1992년 UN이 제정한 날이다. 전 세계 인구의 1/10인 6억6300백만명은 깨끗한 물 없이 살아가고 있다.
깨끗한 물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자원이지만, 이 순간에도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식수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두 사람이나 일부 지역,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수자원 보호나 오염 방지 등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식수공급과 관련된 문제를 전 세계적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고 사회 각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며 협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굿네이버스는 전 세계 각지에서 식수 위생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물 부족과 심각한 수질오염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식수시설을 설치하고, 위생교육을 실시하는 등 아동과 지역주민들의 식수 접근성 향상을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이 직접 식수시설을 관리하는 '식수위생위원회'를 조직해 지역사회 자립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는 수인성 질병으로 인해 연간 52만5000명의 아이들이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 뿐 아니라 물 부족 지역의 여성과 아이들은 매일 6㎞, 즉 4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물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학업과 취미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굿네이버스는 2011년부터 식수와 위생시설 지원을 목적으로 굿워터 프로젝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전국에서 'STEP FOR WATER 희망걷기대회' 행사를 개최해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아프리카 아이들이 물을 길어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스텝포워터 앱을 통해 걸음 수만큼 기부할 수 있게 하는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인천본부에서도 굿워터 프로젝트 캠페인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어려운 식수 환경을 알리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인천일보가 주최하는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 오프라인 캠페인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자원봉사자가 마라톤에 함께 참여하고, 참가자 대상으로 반환점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대회 참가자들과 물의 소중함을 공유했다.
사람에게 좋은 물은 곧 사람이 마실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이다. 신나게 달리면서 땀을 흘린 뒤 마시는 물은 꿀맛이다. 그 꿀맛을 맛본 뒤엔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깨끗한 물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구촌 이웃들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인천시민들의 성숙함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