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2011년 7월12일 미국 백악관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명예훈장(Medal of Honor)'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수여된 명예훈장은 군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무공 훈장으로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나섰던 전쟁 영웅 드로이 페트로 상사였다. 그는 탈레반기지 급습작전 중 동료들 쪽으로 날아든 수류탄을 손으로 잡아 2명의 목숨을 구한 대신 오른팔을 잃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영웅들 덕분에 전쟁이 끝날 수 있었다"며 20여분간 그의 공적을 열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를 하기 위해 내민 그의 금속 의수에는 숨진 전우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 전문 채널인 CNN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수여식을 생중계해 미국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페트로 상사와 같은 훈장 수훈자는 물론 참전 용사를 비롯한 군인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예우는 각별하다. 명예훈장 수훈자는 대통령 취임식을 비롯, 각종 국가 공식행사에 초청되며 귀빈 대접을 받게 된다. 또 특별신분증이 발급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자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자녀들이 원하면 사관학교에 입학할 수 있으며 연금 지급과 평생 의료혜택 등 여러 특전이 주어진다. 이들이 공공장소를 찾거나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면 방송으로 알려지고 국민들은 기립박수로 감사의 뜻을 전하며 대통령과 장군 등 누구나 할 것 없이 이들에게 먼저 경례를 하며 존경의 뜻을 표한다. ▶우리도 나라를 위해 죽거나 부상당한 군인들에 대한 지원과 예우는 있다. 하지만 미미하기 그지없다. 3월 넷째 주 금요일은 '서해 수호의 날'이다. 정부는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로 순직한 55명의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2016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네번째 '서해 수호의 날' 추모식이 22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은 취임이후 이 행사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국가 안보에는 이념과 진영이 있어서는 안된다. 국가가 목숨바쳐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호국용사와 그 가족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예우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애국심도 달라진다. 문 대통령을 대신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정부는 호국용사들의 명예를 높이는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