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회를 개최하오니 다른 곳으로 이동 주차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9일부터 인천 부평구청 자동차 번호판 탈부착장에 주차된 차량에는 이런 종이가 붙었다. '주차 딱지'처럼 자동차 앞유리에 부착된 종이는 임시회가 시작된 21일까지 3일째 눈에 띄었다.
번호판 탈부착장은 부평구청과 부평구의회 청사 사이 30면 규모 주차장이다. 차량 등록 민원인들이 번호판을 달도록 마련된 자리다. 부평구 관용차도 일부 주차된다.

민원인과 공용 차량이 뒷전으로 밀린 건 임시회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구의원들이 개인 차량을 주차할 수 있도록 자리를 확보해두려는 의도였다. 부평구의회 임시회는 21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16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임시회가 열리기 이틀 전부터 구의원들이 주차하기 쉽게 번호판 탈부착장을 비우려고 고지한 것이다.

구의회 관계자는 "의정활동 지원 측면에서 주차를 안내해왔지만 이동 주차하라는 종이까지 붙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번호판 탈부착장이 '구의원 전용 주차장'으로 둔갑하자 구의회 내부에서도 도를 넘은 의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구의원은 "주민을 대표하는 구의원이라면 더욱 몸을 낮춰야 하는데 민원인에게 피해를 끼쳐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구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회기 중에는 의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고 번호판 탈부착장에 일정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민원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차장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