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요건 엄격히… 견제장치 마련해야
"공정성 논란만 일으키는 공모제라면 차라리 없애버리고 예전의 임명제로 돌아가는 게 낫다."
경기도내 한 산하기관장의 말이다. 선거이후 매번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피로감때문이다. 공모제는 절차의 신뢰가 생명인데 이 과정 역시 불투명해서다.
기관장 공모제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막기 위해 1998년 도입됐다.
도입 이후 형식뿐이라는 지적은 현재형이다. 즉 단체장이 기관장을 낙점해 놓고 들러리를 내세우는 '무늬만 공모'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를 위한 공고가 나가기 전부터 시중에 내정자 소문이 무성하고, 소문의 당사자가 정말로 임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체장이 의중에 두고 있는 인물이 탈락할 것 같은 분위기면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하거나, 내정자를 물색하기 위해 장기간 공석으로 두는 경우도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금창호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수장이 임면권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철학과 맞는 사람을 선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체적으로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고, 부적격자를 내정하고 임면하고 있다"며 "주민(주인)-지방자치단체(대리인1)-산하기관(대리인2)라는 위임자-대리인 관계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나 시민사회단체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방식 개선과 산하기관장 자격요건 강화, 인사청문회 법적근거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또 일부이긴 하지만 임명제와 공모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추천제도 거론한다.
임추위 구성방식 개선의 초점은 자치단체장의 영향력 최소화다.
기존 임추위는 '단체장 추천 2인, 의회 추천 3인, 지방공기업 이사회 추천 2인', '단체장 추천 3인, 의회 추천 2인, 출자·출연기관의 이사회가 추천하는 사람 2인' 등의 방식 차이는 있지만 구성원의 과반이상인 4명이 직간접적으로 단체장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이다.
금 연구위원은 현행 임원추천권에 시민사회단체의 추천권을 추가적으로 포함해야 한고 제언했다. '단체장 2인, 의회 2인, 공기업 2인, 시민사회단체 2인'으로 바꾸면 단체장의 영향력을 과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다만 도내 시민단체는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관력 직능단체의 참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참여기준을 명확하게 만든 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원경실련 관계자는 "임추위에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균형과 견제를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또다른 폐해와 들러리를 막기 위해 참여기준과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한 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단체장의 추천권을 아예 배제하자고 했다. 단체장이 추천된 복수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최종 임면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체장의 고유 인사권을 보장하면서도 낙하산 인사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추위 임기를 보장해 용인문화재단의 사례처럼 임추위를 재구성하는 편법을 방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 연구위원은 "임추위는 필요할때만 임시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인데 이를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이 항시 위원회로 만들고 필요할 때만 활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같은 임기 보장을 통해 단체장의 의중이 아니라 적확한 인물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하기관장 자격요건을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도 역시 단체장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법이다.

금 연구위원은 "자격요건을 낮추는 것은 비전문가가 들어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과 같다"며 "산화기관장의 자격요건을 엄격히 규정함으로써 일정수준의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도입과 권한 강화 필요성도 나온다.
광역단체에서는 인사청문회를 도입했지만 아직도 기초단체는 거의 없어 최소한의 필터링 역할이 어렵다.
게다가 현재 진행되는 인사청문회는 법적근거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협약에 따라 진행돼 영향력이 없다는 문제점도 나오고 있다.

인사 청문 채택이 임명의 의무 조항은 아니라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단체장이 임명하더라도 '의회의 인사 청문을 거쳐'로 임명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수원경실련 관계자는 "의회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최소한의 견제장치이자 필터링 역할을 맡고 있어 확대하는 게 맞다"며 "다만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으로 나눠져 있는 현 인사청문회를 정책 검증으로 통일해 운영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금 연구위원은 "단체장과 의회 다수당이 같은 당일 경우 시장의 인사권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정치적 합의'라는 말도 인사청문회 과정과 무관하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인사청문회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는 영향이 크다"며 "현재보다 권한을 강화하면 좀더 적임자를 찾아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