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내항 명물 '사일로'
▲ 칙칙한 산업시설에서 인천항 명물로 다시 태어난 사일로 전경. 월미도로 가는 길목에 있어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 사일로 슈퍼그래픽이 세계 최고 권위의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9'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낡은 산업시설 부정적 인식에
이미지 개선 그래픽작업 실시

시민 의견 반영 디자인 결정
100일간 5억여원 투입 도색

세계최대 야외벽화 기네스북
탐방 시민 91% 긍정적 인식



낡고 칙칙한 산업시설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대형 벽화로 다시 태어났다. 인천내항 7부두에 자리한 사일로(silo)가 그 주인공이다.

형형색색의 빛깔을 입은 이 곡물저장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벽화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독일의 디자인 공모전에서 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거뒀다.

오래된 시설도 그 가치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새로운 명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세계 최대 벽화의 탄생 배경은?

지난해 1월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사일로 운영업체 ㈜한국TBT는 산업시설 환경 개선 프로젝트로 '사일로 슈퍼그래픽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사일로는 시멘트와 자갈, 광석, 화학제품, 곡물 등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다량으로 저장하는 세로형 건조물을 일컫는다.

사일로 슈퍼그래픽 조성 사업은 낡은 산업시설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적용해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사람 중심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고자 기획됐다.

시는 혐오시설이란 부정적 인식 개선과 쾌적한 환경 조성으로 산업시설에 대한 이미지 개선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시 관계자는 "디자인을 통해 '인천'의 가치를 키우고 노후 산업시설의 활용도를 높여 활력 넘치는 지역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사업 대상은 1979년에 만들어진 곡물저장용 사일로로, 그간 거대한 규모와 투박한 외관 때문에 위압감을 주며 위험시설이란 오해도 받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커다란 벽면에 색을 입히는 작업이 시작됐다.

'둘레 525m, 높이 48m(아파트 22층 높이)'의 대형 벽화(그래픽 면적 2만5000㎡)를 제작하는데 4개팀(장비·운영·도장·도색)에 '22명'이 투입됐고, 작업 기간은 '100일'이 걸렸다. 페인트는 무려 '86만5400ℓ'가 사용됐다.

사업비는 모두 '5억5000만원'이 소요됐고, 시와 IPA가 절반씩 부담했다.

슈퍼그래픽은 16개로 이뤄진 사일로에 한 소년이 곡물과 함께 책 안으로 들어가 순수한 유년시절을 지나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표현했다.

이 대형 벽화는 시민과 함께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시는 기획 단계부터 시민 의견을 반영하고자 2174명이 참여한 시민 투표로 최종 디자인을 결정하는 등 시민 참여의 환경 개선 사업이란 좋은 선례를 남겼다.


▲ 외면받던 산업시설, 세계가 주목

시와 IPA는 같은 해 9월 영국 기네스월드레코즈사에 '사일로 벽화를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등재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기네스북에 도전한 것이다.

사일로는 당당히 기네스북에 올랐고, 지난해 12월 내항 7부두에선 기네스북 등재를 기념하기 위한 현판식도 열렸다.

기네스북에 기록된 규모는 구조물을 제외한 순수 면적 2만3688㎡다. 이전 기록인 미국 콜로라도 푸에블로 제방 프로젝트의 1.4배나 되는 면적이다.

인천이 보유한 기네스 기록도 2개에서 3개로 늘었다.

영종도스카이 72골프클럽(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연습장), 영종대교 휴게소 포춘베어(세계에서 가장 큰 철제 조각품)가 기네스북에 등재된 상태다.

사일로 벽화를 통해 산업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산업시설 탐방 프로그램인 '인스로드(InsRoad)'에 참여한 시민들이 아름다운 대형 벽화로 다시 태어난 사일로에 많은 찬사를 보냈다. 사일로를 보기 위해 인천을 찾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로드는 정부 신임 사무관과 창업사관학교 교육 코스로도 활용되고 있다. 탐방 전 산업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55%)은 탐방 후 긍정적 인식(91%)으로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사일로 슈퍼그래픽은 기능을 상실한 산업시설을 재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 중인 노후 산업시설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자인을 적용해 이미지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번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산업시설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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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9' 본상 수상 쾌거


사일로 슈퍼그래픽은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9'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iF 어워드는 미국의 IDEA, 독일의 RED DOT 디자인 어워드와 더불어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불린다.

사일로 슈퍼그래픽은 노후화된 산업시설에 디자인을 적용해 투박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11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이번 디자인 공모전 본상 수상으로 공익성과 디자인 우수성까지 인정받게 됐다.

임경택 시 산업진흥과장은 "사일로 슈퍼그래픽 프로젝트와 아름다운 공장 프로젝트는 독창적 콘텐츠와 인상적인 디자인을 통해 산업시설 인식 개선과 청년 일자리 미스 매치 문제를 해소하고자 진행한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시민과 소통하며 환경 개선 사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