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의 인사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언론의 잇따른 지적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수법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정해진 규정과 절차를 교묘하게 비껴가는 편법이 동원되고, 심한 경우 아예 규정 자체를 개정해 미리 내정한 사람을 임명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엔 이런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최소한의 규정과 절차마저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오만할 대로 오만해진 지방권력, 그야말로 무소불위다.

통제 받으려고 하지 않는 권력 앞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설계한 지방자치 구조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상식을 뛰어넘어 오로지 네 편이냐, 내편이냐 하는 것만이 인사의 기준이 된다. 공직 내부 인사에서조차 소지역주의가 면면히 판을 치는 것도 모두 이런 기준 탓이다. 더구나, 시장이 좌우할 수 있는 산하기관 인사는 특히 심하다. '내 사람'을 심는 기준이 보편화 되면서 '전문성'이나 '지역성' 등 꼭 필요한 기준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전문가를, '지역성'이 필요한 자리에 지역에 대한 경험과 고민이 충분한 사람들을 임용하는 건 매우 이해하기 쉬운 상식이다. 어떤 지역이 그나마 낫고, 어떤 지역이 더 심한 곳인지 우열을 가리기도 어렵다. 대동소이, 도긴개긴, 대부분 그렇다.
안양과 용인, 광명, 화성 등지에서 최근 이런 문제로 잡음이 일었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거나 여론화 되지 않은 사례들을 합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그렇다면 길고 오랜 지방자치 경험에서 우리가 얻은 건 과연 뭔가. 경험과 지혜대신 온갖 편법과 꼼수, 오만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민주주의 학교라는 지방자치 마당에서 민주주의를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극도의 겸손을, 주민들이 행사해야 할 지역의 자주적 결정권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피나는 노력을 우리는 기꺼이 수용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균형을 파괴한 민주당 일색의 기초자치단체장 구성, 사명을 잃고 권력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단체장들의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 오만한 권력 앞에서 견제기능을 상실한 지방의회 또한 이 책임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