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석 인천시청년문화예술위원장

정부가 2015년에 개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부터 초등학교 5학년 또는 6학년 실과 수업 시간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17시간 이상 의무로 실시하게 된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중학교 의무화에 따라 올해 교육을 받게 되는 아이들이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면 연달아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게 되는 시범 학년이 되는 셈이다.
의무화가 될 만큼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요한 것일까'란 질문은 의무화가 된 이후에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학창시절 한 시간 이상 기다린 마을버스에 승차표를 내고 탔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새 집안에서 교통정보 앱을 확인하고 버스 도착시간에 맞춰나가는 일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청소기나 드론도 이제는 삶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이다. 앞으로는 모든 일을 스마트폰으로 조작하고 로봇이 대신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로봇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다. 필요한 데이터들과 소스코드를 입력할 때(이것이 코딩) 스마트폰과도 연동이 되고 구석구석 먼지를 찾아다니며 청소를 할 수 있게 된다. 소프트웨어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도 미래산업에 대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분위기가 현실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극단적일 수 있지만, 사실 이미 지나온 1차, 2차, 3차 산업혁명들도 전쟁이 터진 것처럼 하루 이틀 만에 변한 것이 아니라 약 한 세기에 걸쳐 서서히 변화해왔었다.

그보다는 4차혁명이 빠르게 도래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갈 때가 되면 미래산업들이 우리 삶과 훨씬 가까워질 것이란 판단이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취약한 미래산업, 소프트웨어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자기 분야도 지금의 소프트웨어 분야처럼 최첨단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13세기 마르코폴로가 동방견문록을 통해 유럽에 중국백자에 대해 소개하였고, 14세기 이후 대항해시대를 기점으로 전 세계에 도자기 열풍이 불었다. 유럽에서도 1507년 유럽 최초로 자기생산을 시도했지만 백색을 내는 고령토를 구하지 못해 실패했다. 비슷한 시기에 조선은 중국에 이어 자기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조선 서민들의 식기로 만들어진 이도다완이 일본에서 예술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조선의 도자기 기술은 중국과 함께 세계 최첨단에 서 있었다. 159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의 도공들을 잡아오라는 특명을 내린다. 이 전쟁이 1592년 도자기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임진왜란이다. 7년간의 전쟁 끝에 조선의 자기생산은 완전히 무너졌다. 이로써 일본은 최첨단 자기기술을 얻게 되었고, 아리타 지역에서 이삼평을 비롯한 조선 도공들이 제작한 자기를 유럽으로 수출해 세계 도자기 선진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21세기의 IT·소프트웨어 첨단산업과 500년 전 도자기 첨단산업과는 비슷한 점이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IT강국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졌지만,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기술 잠재력이 세계 평균 수준이거나 일부 분야에선 그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중국 정보통신업체 화웨이가 최근 발표한 '2018 글로벌 연결성 지수(GCI)'에 따르면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는 조사 대상 79개국 중 11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4점으로 순위는 지난해보다 한단계 떨어졌다. 21세기에는 임진왜란과 같이 칼과 창의 전쟁은 아니지만 세계 경제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인천TP)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의 IT·소프트웨어 분야를 포함한 과학기술문화 인프라가 인구 1000명당 3.26개로 전국 평균 5.14개에 못 미치며, 전국 지자체 17개 중 15위로 매우 열악한 상태라고 한다. 혁신기관의 수도 전국 458개 대비 비중이 3.7%에 불과하며, 연구개발 투자금액도 매년 감소하고 있는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경제를 책임질 IT·소프트웨어 분야, 특히 가장 기초가 되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이 곧 청소년들이 넓은 시야를 가지고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창의·인재교육에 주목하는 것이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이었던 현재 청년들의 심각한 일자리 사태를 보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일자리 창출이 아닐까 생각한다.

21세기 '제2의 도자기 전쟁'에 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교육청, 결정권자들이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인식하고 미래지향적인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