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수원시청년지원센터장

사소한 문제든 아니든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통해 겪는 직간접인 사람과 상황은 개인의 삶 그리고 전체의 삶을 이해하게 한다. 세상은 쉬지 않고 흘러가고 그 세상에 존재하는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든 성장하게 한다. 팔십 노인도 세 살 먹은 아이한테 배울 것이 있다고 했고, 하찮은 남의 언행일지라도 자신을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어떤 존재도 나를 성장하게 하는 필요한 존재라고 받아들이고, 배금주의가 아닌 사회와 관계를 안정적이고 조화롭게 가꾸는데 책임을 다하는 마음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어떤 관계든 서로의 고유 역할이 있고, 관심 있게 바라보면 소중하고 감사하지 않은 인연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사회는 자기번영을 위한 동기로 행동하는 구성원들과 다양한 사회적·개인적 욕구가 맞물려 분리와 연대, 오해와 시기, 격려와 공감 등으로 서로 기대며 또는 밀어내며 존재를 발전시키거나 지탱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과 집단의 사고방식을 만들어내고, 환경에 적응하거나 문제를 해결해가는 노력은 정체성을 갖게 한다.

예를 들면 '방관자적인 태도는 옳지 않으니 곤경에 처한 사람은 도와야 한다', '공정하지 못하게 결정되는 무엇이 보일 때는 참여해 바로잡아야 한다', 또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등의 신념체계가 작동해 원칙이 되고, 이해관계가 걸린 것에는 충돌이 발생해 감정적으로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어떤 결정에 있어서 공정함이 아닌 집단의 방향을 따르기도 한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그런저런 감정들이 섞여 그럭저럭 타인을 의식하며 큰 죄책감을 갖지 않을 정도로 삶을 대하는 모습들에서 모순에 대한 이해, 개인의 무능함 그리고 집단의 힘을 본다.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몇 가닥의 흰 머리카락을 보고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이제는 나라는 존재가 책임 있는 어떤 표현을 하며 살아내야 한다는 낯설지만 반가운 삶의 소명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직업에 대한 헌신이 아닌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을 염두에 두니 타인이 다가올 수 있는 나,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주 청년들을 만나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전달하는 메시지는 '나를 닫고 살아도, 나를 열고 살아도 세상은 어떤 중심으로든 움직인다.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은 좀처럼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말고 내가 가는 길에 생기는 일들을 책임져라. 선택과 책임의 관계를 결합하는 것이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선택이다.' 1년6개월 동안 청년들로 하여금 어떻게 나를 살게 하고 있는지 꾸준히 자신을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세상의 평가 기준에 맞춰 습관적인 성취감을 느끼던 청년들이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찾아가며 자기를 발견하는 시간을 재미있다고 한다.

요즘 청년들을 서바이벌 세대라고 한다. 이유는 치열한 경쟁에서 더 나아가 희대의 경쟁자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쟁력도 타인의 경쟁력도 사실 위협이 아닌 어렵게 갈고 닦은 고유성인데 개인의 번영을 위해 목적을 달성하다보니 내 이익을 우선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저조한 것이 청년 사업을 하면서 느낀 아쉬운 부분이다. 청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무시하며 밤낮, 장소를 가리지 않고 두려운 마음을 갖고 사회진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청년들에게 관계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타인의 가치에 대한 배려와 상호의무감, 정서적 유대, 사회적·정서적 공감대까지 바랄 수는 없다. 삶은 공평하면서 불공평하고, 불공평하면서 공평하다. 인생 총량의 법칙으로 어떤 삶을 우선으로 살든 의지가 필요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원하지 않아도 경쟁과 협의를 거치며 아프고 힘들지만 경험치가 쌓이고, 어떤 평가든 자기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기 길을 가려는 청년들 중에 도전 앞에서 너무 늦게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한다면 결국 나다워지는 과정에 필요한 모든 것이 될테니 스스로 동기 부여할 수 있는 자기를 믿고 응원하면 된다. 안전이나 안정이 우선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것부터 해결해가고, 사랑과 소속감이 필요하다면 그것부터 채워라. 다 괜찮다. 다 나다워지는 과정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한지를 알고 그것들을 채워가다 보면 그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나를 가꾸고 채우는 노력이 사회를 보듬는 마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무엇을 해도 괜찮으니 무기력하지만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