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아마티앙상블 대표

비엔나는 오스트리아의 수도로 영어로는 비엔나, 독일어로는 빈이라고 한다. 음악의 도시로 클래식 음악 팬이라면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먼저 빈을 찾게 된다.
이곳에서는 천재 모차르트와 악성 베토벤이 생애 대부분을 보냈고,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태어났으며, 요한 슈트라우스가 감미로운 빈의 왈츠를 작곡했다. 시대를 초월해서 많은 천재 음악가들이 탄생하고 활동했던 클래식음악의 유서 깊은 도시로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전공인 바이올린 공부를 위해 20대를 온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보낸 제2의 고향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유학 시절 빈은 마치 도시 전체가 음악에 흠뻑 젖은 스펀지처럼 느껴졌고, 도시 어디서든 음악이 들려오는 듯했다. 음악의 도시답게 골목골목마다 음악가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건물들이 있고, 그 중에 오페라하우스, 음악협회, 빈 극장 등은 그들이 음악 활동을 주로 했던 무대이다.
지금도 일 년 내내 세계 최고 수준의 클래식 음악가들의 오케스트라, 음악 공연, 오페라 등 그 밖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 행사가 끊임없이 열린다. 유학생 시절 학교 수업을 마치면 거의 매일 저녁 빈 오페라하우스와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빈 음악협회 황금홀 등을 방문했다.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아름다운 연주를 감상하면서 감동하고, 미래 연주자로서의 모습을 꿈꾸곤 했다. 실제로 전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배우기 위해 빈으로 온다.

그렇다면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유명한 음악가들을 배출한 음악의 도시 빈에서 수준 높은 음악이 완성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의 클래식 음악 형식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 사이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그리고 브람스와 말러를 통해 빈에서 완성됐다.
고전음악 이전 시대의 예술작품이 형식적인 아름다움만 추구하거나 정신적인 부분만을 강조함으로써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졌던 데 비해 이 시대 고전음악의 작품들은 형식미와 내용의 균형을 이룸으로써 조화로운 아름다움에 도달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고전 음악은 시대와 민족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켰으며,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연주되고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클래식을 들어야 할까. 현대인에게 클래식이 필요하고 들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 이 시대의 음악이 역사상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미의 최대치를 이룬 시대이기 때문이다.

가장 위대한 음악 천재들이 만들어 낸 인류의 문화유산인 클래식은 인류를 대표하는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때문에 클래식을 즐기는 것 자체가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계승하는 것이며, 동시에 선조들이 후손에게 남긴 업적을 기리고 빛내는 것이다.
둘째,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있고 각기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순화하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힘이 있다. 바쁜 일상을 잠시 벗어나 푸른 숲이나 공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듯, 우리 생활 속에서 푸른 숲과 맑은 공기의 역할을 할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비엔나 하면 떠오르는 특별한 두 가지 단어가 있다. 바로 음악회와 비엔나커피이다. 아메리카노 위에 하얀 휘핑크림을 듬뿍 얹은 비엔나커피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래하여 3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마치 클래식 음악처럼 오래되고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멋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아름다운 연주를 감상한 후에 친구들과 함께 고풍스러운 카페에서 연주에 대한 리뷰를 하면서 달콤한 비엔나커피를 마시곤 했다. 연주가 주는 벅찬 감동과 더불어 학업과 음악가로서 가야할 길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달콤한 비엔나커피를 마시는 가운데 위로받고 행복했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클래식 음악이라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선물을 누리는 음악의 향유자가 되기를 바란다. 한잔의 달콤한 비엔나커피처럼 클래식 음악이 때때로 지치고 힘들 수 있는 우리들의 삶에 위로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