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건설산업 본사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건물.

▲ ㈜정우건설산업이 시공중인 인천의 한 공사현장.

최근 2년간 인천 건설업계에서 가장 많은 민원 대상이 된 업체는 ㈜정우건설산업이다. 종합건설업체인 정우건설은 2012년 법인 창립 후 근 6년 만인 지난해 기준 건축공사업 시공능력 인천 1위, 전국 4위를 기록했다. 건축시공능력 평가액은 2007억원으로 2위인 금광건설㈜의 평가액 637억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정우건설이 급성장 배경에 대금미지급, 단가낮추기 등 하도급 업체의 고혈을 쥐어짰기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깎고 내리고 후려치고 '다운계약'

하도급 업체들이 주장하는 피해 사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다운계약'이다.

정우건설로부터 인천 한 공사현장의 하도급을 받았던 A업체는 "정우에서 배부한 공사 물량내역서에는 작업에 필요한 물량이 누락됐고 심지어 필수 공정 전체가 빠진 상태였다"고 말한다.

A업체는 이 물량집계표에 기초해 29억2900만원의 견적서를 작성해 최저가로 낙찰을 받았다. 하지만 이 금액은 A업체가 실제 공사에 필요한 물량이라 주장하는 금액에서 2억5500만원치가 빠진 금액이다.

공사예정금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원청업체는 하도급업체들에게 15일 이상 견적 산출기간을 줘야하지만 정우건설은 5일이란 짧은 시간을 줘 제대로 된 견적 산출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A업체는 덧붙였다.

낙찰 이후에도 하도급대금 감액은 계속됐다. A업체는 정우건설이 최저가 낙찰을 이후에도 공사가 시작되면 부족한 물량을 반영해주겠다며 또다시 공사금액 낮추기를 강요했다고 말한다. 정우건설과 A업체는 입찰금액 29억2900만원보다 약 5억2900만원을 낮은 24억원에 최종 계약을 맺었다.

A업체는 "정우건설이 일부 항목을 누락시킨 거짓 물량내역서를 배포했다"며 "또 낙찰된 이후 물량과 단가를 조정해 공사금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해 7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정우건설 측은 "대기업처럼 기술자들이 많아 시스템이 꽉 잡혀 있지 않다보니 도면에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기에 실제 시공과 물량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고의는 아니다"며 "차이가 나는 물량에 대해 추가공사비를 주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추가공사비) 금액에 대해 저희와 하도급업체 간 이견이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설계변경은 없다' 부당특약 강요

정우건설은 하도급 금액을 대폭 낮춰 계약을 맺은 뒤에도 설계변경이 어렵게끔 특약을 넣었다.

정우건설과 하도급업체들 간 계약에는 "도면견적이므로 추후 견적오류나 누락에 의한 설계변경은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도급업체들이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물량을 산출하고 견적을 냈기 때문에 추후 설계변경을 허용치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하도급법 위반에 여지가 있다. 공정위의 부당특약 심사지침에는 '도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추가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을 부당특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앞서 A업체 사례에서 보듯 도면견적으로 계약이 맺어졌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우건설과 분쟁 중인 하도급 업체들은 정우건설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물량내역서를 배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견적을 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B하도급업체는 "정우건설은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치포기각서를 제출하게 했다"며 "공사대금 등 각종 비용 확보를 위해 인정되는 유치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 또한 부당 특약"이라고 밝혔다.

부실 계약과 이에 따른 추가공사비 발생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다. 정우건설이 첫 공동주택 시공사로 참여했던 한 공사장에서 하도급 업체들과 벌어진 분쟁은 현재 미지급 대금 청구,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 소송으로 치달았다.

피해업체들은 "(정우건설은) 애시 당초 합의할 생각이 없으면서 그런 액션만 취하고 뒤로는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를 다 걸어놓았다"며 "그럼 당연히 하도급업체도 반소해 재판을 하지만 대법원까지 가려면 2~3년 걸리니 작은 업체들은 그 사이 죽으라는 소리다. 그러다보니 10억 받아야할 사안을 적당히 2~3억에 합의하고 빨리 자금을 융통할 수밖에 없는 게 영세 하도급업체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우건설 측은 "(추가공사비에 지급 문제에 관해) 법원에서 감정을 하면 3~4년 걸리고 협력업체들 입장에서는 적은 돈이 아니다보니 서로가 인정하는 교집합 부분은 금액을 지급하고 이견이 갈리는 추가금에 대해 감정에 맡겨 합의하자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불법 반복에도 솜방망이 처벌

불법 행위를 제재해야 할 관리감독 기관들의 조치는 미진했다.

정우건설은 2017~2018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인천시에 총 14건의 신고를 당했다. 대부분이 하도급대금 미지급, 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의무 위반 사례였다.

인천시는 정우건설에 영업정지 2개월 처분(2018년 5월15일~7월14일)을 내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시정명령에 그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정우건설과 분쟁 중인 3개 업체가 공정위에 진정을 넣었지만 사건이 수리된 뒤 짧게는 7개월, 길게는 2년이 넘는 현재까지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이혁재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4~5명의 하도급 업체 관계자가 정의당에 갑질 피해를 호소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정우건설산업이었다"며 "인천시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제재기관이기에 (하도급 갑질에는) 시의 책임이 있다. 같은 불법 행위가 지속될 경우 허가 취소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우건설 측은 "하도급법을 100% 지키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공정위에서 따지는 기준을 가지고 대한민국 어느 건설 현장에 대입해도 100% 지키는 건설사는 없다. 오히려 하도급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글·사진=남창섭·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