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다루는 자, 거울 앞에 서라

 

▲ /그림=소헌 '后(후)를 비추면 司(사)가 된다. 밥그릇만 챙기지 말자'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1919년 임시헌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일이다. 민주정치의 원리는 국가 권력을 셋으로 나누는 3권분립에 있으며, 법원을 신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인데 그저 허탈할 뿐이다.

사법부는 대법원이 관할하는 모든 기관을 일컫는다. 그 수장인 양승태는 일제 강제징용 판결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으며, 사법농단을 통한 법관 사찰 및 뇌물을 쌓는 등 최소 40여개 법조비리 혐의로 재판대에 서게 되었다.

사무병객(司毋屛客) '사법관은 병풍 뒤에서 손님을 맞지 마라'는 나라에서 녹봉을 받는 관리, 특히 법을 다루는 자들은 절대로 뇌물을 받지 말 것을 강조한다. 즉 은밀하고 비밀리에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것이니 그러한 만남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분명히 뇌물賂物이 오고가는 만남일 뿐이다. -병객屛客은 정약용의 <목민심서> '율기편'에서 연유하며, 이를 줄여서 사병司屛 '사법관과 병풍'으로 하였다.

▲尸 시[사람 / 주관하다]

1. 부수 尸(시)는 두 손을 옆구리에 붙이고 반듯하게 누워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죽은 사람의 몸을 뜻하는 '주검' 또는 '시체'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 한자에서 그렇게 사용되는 예는 거의 없다. 2. 제사 지낼 때 신을 대신하여 앉아 있는 아이를 시동尸童이라고 하며, 시체를 표현하는 글자는 尸(사람 시)와 死(죽을 사)가 합쳐진 屍(주검 시)가 옳다.
3. 죽은 사람은 똥을 쌀 수 없으니, 사람의 몸(尸시)으로 쌀(米미)이 들어간 후 다시 나오는 것이 屎(똥 시)다.

▲司 사[맡다 / 살피다 / 벼슬아치 / 관리]

1. 后(왕후 후)는 원래 명령(口구)을 내리는 사람(尸시)으로서 '임금'이라는 뜻이었는데, '왕후'로 그 뜻이 변하였다.
2. 后(뒤 후)는 사람(尸)의 뒤에 있는 구멍(口)인 '똥구멍'을 뜻한다. 나중에는 단순하게 後(뒤 후)의 약자로 쓰이게 된다.
3. 司(맡을 사)는 后(후)를 거울에 비추어 본 글자다. 4司(벼슬 사)는 서서() 손을 들어 명령(口)을 내리거나, 무릎을 꿇고(勾구) 명령(口)을 받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릇된 관리자(司사)는 마치 밥그릇(食)을 핥아 먹으며 사육(飼사)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屛 병[병풍 / 감추다 / 숨다]

1. 竝(아우를 병)은 두 사람(立+立) 또는 여러 사람이 함께 나란히 서 있는 모양에서 왔다. 약자는 幷(병)으로 쓴다.
2. 물건이나 시신을 가리기 위한 장식으로 쓰는 병풍은 음흉한 목적을 가리는 것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사법司法은 법을 주관하는 일이고, 사법관司法官은 그 법을 행사하는 법관을 말한다. 법은 공평公平하고 공정公正함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자들이 법을 어긴다면 그 죄는 더욱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 병풍 앞에서 사람(尸시)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병풍 뒤에서 시체(屍시)로 누워 있을 것인지 그것은 오로지 사법관司法官 스스로 선택할 일이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