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관 서각작가, 20일부터 인천 가온갤러리서 전시회
"비싼 나무는 아니지만 세월·애정 엿보이는 아름다운 재료"
▲ 송연관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글씨다"며 "후학양성과 명인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 꾸준히 글씨 연습에 정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것이 서예라면, 조형감을 더한 것은 서각이다.

인천에서 수년째 서각을 하고 있는 송연관(53) 작가가 서각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대 때 대학교 서예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다. 송 작가는 서예를 하면서 한글이 주는 고유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그러던 그가 서각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히 방문했던 전시장에서 서각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서예보다 입체적인 서각에 빠지게 됐어요. 서각에는 전통서각과 현대서각 두 가지가 있는데, 처음에는 전통서각을 배웠어요. 그렇게 몇 년을 배웠을까 부족함이 느껴져서 현대서각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어요."

그는 한국서각협회 이사장이자 서각 명인이기도 한 백초 박민수 선생에게 현대서각을 배웠다.

하지만 서각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각을 하기 위해서는 새길 '나무'가 필요했고, 생각보다 서각에 이용되는 나무의 가격은 비쌌다.

항상 고가의 나무를 살 수 없었던 그는 길에 있던 도마와 빨래판을 모아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쓰임의 수명을 다했을지 몰라도, 세월과 애정이 엿보이는 흔적들은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가사에 쓰이는 도마와 빨래판은 어머니들이 가족을 위해 끊임없이 썼던 도구에요. 그 어떤 나무에서 보이는 결보다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작품 활동에 매진한 결과 송 작가는 2016년 국제각자예술공모대전 대상, 대한민국서각대전 서각부문 우수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송 작가 작품의 대부분은 '어머니'와 관련된 것이다. 그는 나무에 글을 새길 때 4남매를 홀로 키운 어머니를 생각하며 작품에 몰두한다.

송 작가 또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가정의 생계를 위해 현재 인천항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작품 활동과 하역작업을 같이하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작품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유동적인 일용직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앞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 '인천명인'으로 선정되는 것과 후학 양성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에서 작품 전시회를 연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