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인천 신포동 개항장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원도심 재생사업이 관심이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향후 4년간 원도심을 중심으로 공공임대상가 60곳을 공급하는 상생협력사업을 펼칠 전망이다. 원주민이 생계의 터전을 확고히 할 재생공간의 탄생을 기대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 이태원 경리단길부터 망원동 망리단길, 송리단길, 객리단길 등은 IT강국답게 막강한 SNS 공유력과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핫플레이스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음식점, 카페, 의류매장, 각종 커피숍 등 다양하고 개성있는 상점들과 예쁘고 독특한 인테리어와 상품을 무기로 삼아 고객들을 유혹하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이면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라는 상가임차인들의 눈물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1960년대 영국의 사회학자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다고 알려진다.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용어로 이 과정은 대도시의 교외화 현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거론된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후 핫플레이스처럼 상권이 발달되면서 원래 거주하며 생계로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쫓겨나듯 퇴출되는 현상을 두고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지칭했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거대자본이 유입되어 개성을 잃고 대규모 프랜차이즈 점포가 입점하는 등 다양한 상업지구로 변모해 결국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기존 소규모 상인들이 떠나게 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곤 한다.

그 한 사례로 얼마전 종로와 강남에서 임차인이 임대인을 폭행하여 뉴스에 오르내렸고 심지어 망치로 임대인을 내려치려는 모습이 CCTV에 녹화되어 그대로 방영되는 사건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작 죽은 상권을 살려내고 명소로 자리잡기까지 기여한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은 쫓겨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건물주의 재산권 행사와 세입자의 최소한 권리가 이해상충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 리서치 회사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이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은 '발전과정에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의견이 46.8%로 가장 많았다.

낙후지역의 상권을 활성화시킨다는 긍정적인 견해(8.7%)보다는 기존 거주자 및 상인이 밀려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라는 주장이 34.6%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 자영업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40대에서 이 현상을 꼭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렇다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최근 정부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도시재생 뉴딜정책이란 해결책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는 재건축·재개발 등의 현행 도시정비 사업과는 달리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도로 및 주택을 재정비하거나 문화서비스 공간 및 편의시설을 재탄생시키는 등 도심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즉 기존의 원주민들을 이주시키지 않고 동네의 원모습을 최대한 살리고 재개발이 아닌 리모델링과 정비를 통해 지역발전을 추구하는 사업이다.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평생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방식을 적용하게 된다.

그 선례로 경남 창원의 '걷고 싶은 골목길'과 대구 '김광석 거리'를 들수 있다. 특색없이 일률 단편적인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개성을 알리는 기념품숍, 향토음식을 파는 음식점 등 다른 관광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역만의 특색을 담은 곳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상권이 되살아나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는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등 서로 상생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리는 사례가 된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어느 곳에서 나타날지를 미리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사후처방이 불가피한 사회현상이다. 그렇기에 건물을 소유한 사람과 지역주민간의 괴리감이 클수록 공동체의식은 약화되고, 결국 그 지역은 활기를 잃고 다시 쇠락할 우려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최근 삼청동 건물 임대료 후폭풍 사태만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좋은건 함께 하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함께'를 강조했던 민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