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어린이 메이크업 놀이', '공주파티', '초등학생 메이크업' 등 뷰티·메이크업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어린이들 사이에 화장이 유행이다. 성인여성들의 전유물이라 생각되던 화장품의 연령대가 자녀 세대로 낮아지는 추세다. 미국의 경제지 쿼츠(Quartz)는 2017년 한국 어린이 립스틱 판매량이 전년대비 549% 증가했다는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립스틱, 매니큐어 등 실제 화장품이 담겨있는 화장대를 갖춘 키즈카페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심지어 강남의 한 화장품숍에는 어린이용 메이크업 코너를 신설했다.

어린이 채널을 운영하는 한 인기 유튜버는 15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자녀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로 알려진다. 인형놀이, 장난감놀이 등을 소개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유튜버는 최근 아동 전용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고 한다. 선 쿠션, 립스틱, 섀도우, 블러셔 등 패키지만 아동용일 뿐 일반적으로 성인 여성들이 이용하는 메이크업 제품들과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은 왜 화장에 열광할까.
첫번째는 자아만족이다. 지난 2014년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실태 및 구매행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외모 만족 여부'에서 여학생은 49.2%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초등학생들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외모에 더 많이 신경 쓰고 싶다는 결과다.

두번째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이다. 어린이들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에 게시되는 뷰티 영상을 그대로 접하고 따라하는 경향이 높다. '초딩 메이크업' 동영상은 조회수가 90만명에 달한다.
세번째는 이제 화장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어린이·청소년 화장품사용 실태'에 따르면 색조화장 빈도 조사결과 초·중·고등학생 중 매일 색조화장을 하는 비율은 30.5%이며 주 1회 이상은 65.4%로 나타나 부모들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기의 화장이 호기심으로 시작해 단순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청소년기에 들어서며 본격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피부전문의들은 피부가 연약하고 피지 분비가 활발한 어린이와 청소년은 화장품 사용을 자제하길 권고하고 있다. 얼마전 뉴욕타임스가 '성형 천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을 집중 조명했다. 여성으로 상징되는 긴 머리, 메이크업, 하이힐 등에서 벗어나자는 운동이다. 중국에서는 동전으로 자신의 허리를 가리고 찍은 셀카 사진을 올림으로써 날씬한 허리를 자랑하는 다소 무리한 유행이 불기도 했다.

우리 자녀들이 취학도 하기 전 이미 '여성은 예뻐야 한다', '예뻐지려면 화장을 해야 한다'와 같은 고정관념이 자리 잡힐 수 있다. 이는 성장하는 아이들의 사고 능력과 창의력에도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어린이 메이크업 붐과 관련, 관련업체들의 지나친 마케팅도 절제돼야 할 것이다. 또 따돌림을 우려한 일부 학부모들의 방관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