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어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에 대한 선정결과가 발표됐다.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미리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요약하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국가재정법 제36조 제2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하는데 여기에는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을 추진하는 법적 근거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신청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요청 사업은 각기 2건씩 도합 33건 약 61조 규모였다. 이미 정부는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 시도마다 1건씩 선정할 것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런 정책기조도 모른 채 우리 인천은 GTX B노선과 강화~영종 평화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의 대상으로 포함되도록 열심히 추진해왔다. 두 사업은 각각 5조9000억원과 100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GTX B노선 건설사업은 전체 33건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요청 사업 가운데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사업이다.
어제는 23개 지역사업에 총 24조1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이 발표됐다. 그 가운데 인천의 강화~영종 평화고속도로 건설사업은 포함됐으나 GTX B노선 건설사업은 제외됐다. 이번 예비타당성 면제요청 사업은 거의 토목이고 건설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가 현재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경제도 살리고 지역 사이에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충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토목건설 사업으로 단기적 경기부양을 시도하는 접근법을 가장 멀리해야 하는 정부이다. 아무리 명분이 있고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교훈을 저버리고 똑같은 접근법을 택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한반도 대운하에 22조 이상 퍼부었건만 경제가 회복되었고 일자리가 늘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업자들만 배를 불렸고 환경도 파괴됐다. 당시 아라뱃길도 만들어졌지만 이로 인하여 인천경제가 풀렸다는 소리보다는 건설비와 관련된 잡음이 훨씬 더 컸다. 애초 목적과 달리 아라뱃길에는 화물선보다도 유람선만 아주 간간히 떠다니고 있다.

만약 이번에 인천에서 추진했던 GTX B노선 건설사업이 포함되었다면 송도를 포함한 인천시민이 더 편해지고 주변 부동산 가격도 오를 것이라며 반겼을 것이다. 인천도 다른 광역 시도와 비슷한 대우를 받아서 홀대신세를 면했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편해진 교통사정으로 송도나 인천으로 이사하지 않고 오히려 서울에 거주하며 인천으로 출퇴근만하는 인구가 더 생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5조9000억원 추산이지만 언제든지 건설비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데 비해 그만한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생긴다. 막대한 건설비나 유지비가 모두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채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간투자방식을 쓸 것이라고 하지만 민간은 이윤 없는 곳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 민간투자방식으로 한다면 이용료가 비싸져서 시민의 개인부담으로 전가되거나 적자를 정부가 세금으로 메꾸어주게 될 것이다. 그러니 GTX B노선 건설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에서 제외되었다고 마냥 인천홀대만 언급할 것도 아니고 반대로 포함되었다면 그렇다고 해서 마냥 반길 일만도 아닌 것이다.

2011년 6월에 인천공항 KTX 구간 건설사업이 국비 총 3000억원을 들여 착공됐다. 당시 KDI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업시행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책결정자들은 인천공항과 고속철도 이용객의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2014년 6월 개통 이래 KTX는 텅텅 빈 채 다니다 결국 4년 만에 폐지됐다. 이렇듯 경제성이 낮은 대규모 건설사업의 말로는 뻔하고 더 이상 감내할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못 통과할 만큼 경제성이 낮은 사업이 전국 광역시도마다 1건씩 선정되어 추진된다면 그 후과는 누가 책임지는 것인가. 그때는 현 정부의 어느 누구도 자리에 남아있지도 않는다. 이번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의 미래가 얼마나 다를지 지켜보는 수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 매우 참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