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칼럼] 속 끓는 한국 사회,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김흥규 칼럼] 속 끓는 한국 사회,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 인천일보
  • 승인 2019.0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하대 명예교수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또 한 번 두 패로 갈려 '속 끓는 한국사회'의 추악한 몰골을 보였다. 특히 발언한 여 기자를 향해 '푹·칵·확·싹'의 한국적 분노 폭발은 우리 사회의 약점인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한 쪽에선 '무례하게 두루뭉술하다', '추상적 질문이다', '공부 좀 더 하라'며 주로 태도·형식 쪽에 초점을 맞추어 윽박지르는데 반해, '속 시원하다', '사이다 질문이다', '국민을 대변했다', '당당하고 날카로운 질문이다', '스타 기자가 출현했다'며 질문의 내용과 질을 주목한 평가가 대조를 보였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 무릇 사물 현상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어디에 서서 어떤 시각과 관점으로 접근하느냐, 형식과 본질을 어떻게 보느냐, 현상을 보는 창으로 무엇을 사용하느냐, 편견의 오목렌즈와 선입견의 볼록렌즈를 착용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느냐, 아니면 진영논리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해석상 왜곡의 우려는 없는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이렇듯 크고 작은 사건·사안이 제기될 때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분노의 상품화' 현상은 우려를 넘어 사회 건강성 문제를 걱정해야 할 단계다.

둘째, 대통령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지극히 한국적 컬러를 보여줬다.

대통령이 입장할 때 청와대 기자들은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한국적 예의를 표했다. 혹자는 '청와대 지시대로 박수를 쳤다'며 그게 권위주의라고 했고, 회견이건 타운홀 미팅이건 대통령은 서서한다고 했다. 그것은 대통령의 기자회견 소통의 상대가 국민이므로 '트럼프도 아베도 서서한다'며 대통령의 착석 회견을 주목했다. 그러나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각 나라의 문화 문제로 이해하고 싶다.
셋째, 김 기자의 태도는 무례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기자의 자질과 직업 정신면에서 돋보였다. 어떤 점이 무례하며 무엇을 더 공부하란 말인가. 밝은 표정에 고운 음색의 말씨로 때가 때인지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함께 잘 사는 나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개인적 의례까지 할 정도로 예의를 갖추지 않았는가.
200명의 기자 중 질문 기회를 얻은 기자는 고작 22명이었고, 정작 그 중 추가 질문한 것은 2명뿐이었다. 문제의 핵심과 정곡을 찌르는 비판적 질문도, 정책 현안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검 승부의 질문과 추가 질의도, 치열한 공방도 없었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가 '회견 형식만 차용할 뿐 정상적 기자회견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국정 연설에 가깝다', '토크 쇼에 그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때 김 기자의 질문이 터진 것이다. 그야말로 적시타다.

넷째, 김 기자의 질문하는 자세에서 많은 것들이 읽혀졌고, 그 질문은 대통령에게 좋은 기회, 즉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 현명한 질문이었다. 질문 태도에서 '벼랑 끝에 선 기업, 경제 침체와 고용 불안, 안보 불안, 물가상승과 세금 불안, 국가 브랜드인 '다이나믹 코리아'와 신바람의 실종 문제 등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음이 감지됐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이나 연두 국정 연설문을 수집 분석해 왔지만,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이 써 준 원고를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당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30여분 발표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김 기자는 "모두발언을 보면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겠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론이 냉랭하다는 걸 대통령이 알고 있을 것이다"며 "현실 경제가 얼어붙어 있다.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희망을 버린 건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굉장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책에 대해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고,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주제부터 말하는지, 발언의 수준과 내용이 어떤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얼마든지 추가 질문과 답변을 통해 대통령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인데 비껴갔다. 오히려 김 기자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시기와 질시, 증오와 헐뜯음의 비례와 무례, 결례와 실례 수준의 공격을 받았고, 저평가와 푸대접, 냉대와 박대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한국적 코미디다. 우려스러운 것은 두 가지다. 이념은 한쪽이 득세하면 파시즘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한국인들의 속성으로 볼 때 포퓰리즘이 급증할 수 있는 사회라는 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의 진가를 제대로 평가하고 인재를 키우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보물은 묻혀 있고 지방에 있음을 재음미할 때다.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