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천을 읽다] 잠입-김 언 
[시, 인천을 읽다] 잠입-김 언 
  • 인천일보
  • 승인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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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깊숙이 강이 들어와 허리를 튼다. 물살이 물살을 되짚으며 올라오는 곳에서 희미하게 뱀의 꼬리를 발견한다는 그곳이 발원지다. 물방울이 맨 처음 시작하는 곳. 그곳에서 비는 집중적으로 증발한다. 바늘 끝처럼 가볍고 날카롭고 닿으면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번지는 하늘을 건너간다. 가까운 바다에서 먼 바다로. 전진하는 뱀의 꼬리가 잠입하는 곳에 성장하는 구름이 있다.

구름의 이동 경로는 그러나 맑은 날씨를 향한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날씨가 갑자기 온순해지면 솟구치던 파도가 받아먹던 수증기 하나하나가 물결을 이룬다. 다시 보면 파도는 역행하고 있다. 육지를 향하여 마침내 뭍으로 기어오르는 바닷물을 위하여 있는 힘껏 아가리를 벌리고 강은 기다린다. 목구멍 너머 순순히 모래를 풀어놓는 하구가 보이는가. 파도는 점점 멀어진다. 슬그머니 지도를 기어나오는 뱀 한 마리는 다음 순간에도 그 다음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다. 제 꼬리를 찾아서 끝없이 똬리를 트는 바다가 흐른다. 내륙 깊숙이.



이 시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의 섭리가 역행하고 있다. 물의 순환은 주로 바다에서 수증기로 증발하여 바람에 의해 육지로 이동하고 비가 되어 내린 후 다시 바다로 흘러간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내륙 깊숙이 파고든 "뱀의 꼬리"가 잠입한 그 곳에서 생성된 물방울이 구름을 타고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바다의 물은 뱀의 꼬리가 되어 내륙으로 기어오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에 잠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물은 순환되기에 처음과 끝이 없다. 어디에서든 시작될 수 있다는 것, 열려있다는 것, 이것이 시인의 상상력의 발원지이다. 닫힌 사유의 내륙 깊숙이 잠입하는.
/권경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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