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 폭등하자, 국민 1.5% 그것도 그들이 부동산을 매매하는 경우에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98.5%의 국민은 걱정할 것 없다는 설명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오르기는커녕 팔리지도 않는 아파트에서 대출이자와 세금부담 속에 어렵사리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일부 특정지역의 부동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책은 전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그렇지 않아도 짓누르던 세금이 늘어나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굳이 나설 필요도 없는 극소수의 문제를 국가적 대책이 필요한 긴급과제처럼 만들더니 슬그머니 그 화살을 국민 전체에게 돌린 꼴이다. 결국 부동산문제를 해결한다는 미명하에 부동산 세제를 바꾸어, 온 국민이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으니, 정부가 세수를 높이려는 꼼수로 의심받을 대목이다. 부동산문제를 풀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다수 국민과 상관없는 문제를 끌어들여, 국민의 뜻에 따라 세제를 바꾸는 듯한 모양새만 취한 체 증세를 단행한 셈이다.

과세는 수입이 있거나 거래가 있는 경우에 이루어짐이 마땅하다. 지금의 과세는 부과할 항목을 최대한으로 넓게 잡으면서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는 대지 않아, 정치적 목적으로만 보이는 경우도 많다. 내야하는 이유를 모른 채 내라고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내야만 하는 것이 세금이 되었다. 그렇다고 세금 용처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의원들의 외유는 혈세낭비의 빙산의 일각이다.

경제행위라 하여 무조건적인 과세는 옳지 않다. 국가가 과세라는 형태로 관여해야할 경제행위는 국민의 동의하에 합리적으로 도출해내야 한다. 또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과세를 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재산보유 자체가 거래도 아니고 수익 발생도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집의 기둥뿌리를 하나씩 뽑아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이치와도 같다. 비싼 보석이나 골동품, 그림 등을 가지고 있다 하여 세금을 내지는 않는다. 골동품이나 그림 소유자에게 돈 없으면 일부라도 잘라서 세금 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택이나 자동차 등의 보유에 따른 재산세는 폐지함이 옳다. 재산은 매매든 증여나 상속이든 양도시점에 과세하면 되는 것으로, 그때의 세율로 모든 것을 조정하면 된다. 멈춰있을 때는 과세 또한 멈춰야 한다.
큰 집에 사는 가난한 자가 작은 집에 사는 부자보다 세금을 더 내는 구조는 모순이다. 큰 집에 살고 큰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하여,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가진 자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외견이 납세능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도 취향에 따라 원하는 집이나 자동차, 고가의 물건을 살 수 있다. 구입할 당시의 세금은 부담하더라도 이후의 부당한 보유세까지는 참을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절세를 위해 작은 집에 작은 자동차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고는, 모두 세금 내지 않는 가난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와 같다.

한국에도 대궐 같은 집과 세계 최고의 자동차 등이 있어야 볼거리도 제공하고 잘사는 한국도 대변하지 않겠는가. 성공한 자들이 많이 나와 당대에는 세금 걱정 없이 훌륭한 저택을 짓고 살 수 있어야, 나도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것이고, 또한 그런 것들이 후대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안정이나 정상화를 요구했더니 어처구니없게도 모두가 함께 초라하게 사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증세로는 경제 활성화는커녕 위축만을 초래할 것이다.
국민들이 늘어만 가는 세금 탓에 위축되고 있다. 국민의 모든 재산과 시시콜콜한 행위가 정부의 치밀한 감시와 과도한 정책으로 사라져가는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만큼 과세의 정당성은 보다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하고, 국가의 세금사용도 국민이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정부가 과세나 징세에 힘을 쏟는다면 국민은 정부의 세금사용에 철저한 감시의 눈을 펼쳐야만 국민이 원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말로는 국민들 편에서 일한다는 정치가, 관료들이지만, 주인이어야 할 국민은 늘 그들의 행위에 옴짝달싹 못하는 구조 속에 있다. 제도가 그러하니 선거라는 행위를 할 수밖에 없지만, 여전히 입법권은 정치가들을 위해 행사되는 권한일 뿐이다. 국민을 대신해서 일하라 뽑은 위정자들은 내려놓으라는 권한은 버젓이 유지한 채, 권력쟁취를 위해 망국의 싸움으로 일관하며, 마치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행위인 양 국민을 호도한다. 국정운영이 국민들에게 불안감과 피로감을 줘서는 국민들의 안정적인 삶은 파괴되고 미래를 위한 설계는 엄두도 낼 수 없게 된다. 위기의 경제상황에 한국의 역량과 현실을 직시한 신중한 국정운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