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이뼈에 금이 간 25개월 여아가 반깁스를 하던 중 피부가 괴사되는 일이 벌어졌다. 수수방관하는 병원 태도는 환자 가족을 두 번 울리고 있다.

9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A병원 진료 기록을 보면 생후 25개월 된 B양은 지난해 11월 정강이뼈에 금이 가서 4주간 반깁스 치료를 받았다. 발가락부터 허벅지까지 부목을 대고 붕대로 감는 형태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선 엑스레이 촬영 검사만 했다. B양 부모는 "아이가 힘들어하고 냄새도 많이 난다"며 상태를 봐달라고 했지만, 담당 의사는 "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깁스를 풀면 안 된다"는 답변만 했다고 한다.

4주 만에 반깁스를 해체해보니 오른발 뒤꿈치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피부가 괴사한 상태였다. 놀란 부모의 항의에 담당 의사는 "피부가 눌리면 가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정형외과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성형외과 진료를 하는 상급병원으로 가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양 아버지는 "아이를 안고 대형 병원 응급실에 가보니 '반깁스를 한 게 맞느냐'고 묻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의적인 사과도 없이 의사는 오히려 고소하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양은 인천지역 대학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B양 가족의 거듭되는 문제 제기에도 보름여가 지나도록 병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A병원은 인도주의 이념을 앞세워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료과가 줄면서 종합병원에서 일반 병원으로 전환됐다. A병원 관계자는 "담당 의사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병원 내부의 의료사고예방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