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예전에 흔히 '굴다리'라고 불렀던 지하도가 있다. 지금은 '동인천 구(舊)지하상가'로 명명된 이 지하도는 1963년 뚫렸다. 송현동 쪽 입구에 '선행양행'이란 플라스틱으로 된 낡은 간판이 힘겹게 걸려 있다. 귀퉁이 깨진 간판에는 전화번호 '3-2579'가 적혀있다. '3국' 전화번호 하나만 봐도 이 가게의 연조를 알 수 있다. 지하도를 개통했을 때부터 한 장소에서 50년 이상 장사를 한 노포(老鋪)다.

연수구 송도동에 자리한 인천도시역사관에서는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 기획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2년에 걸친 조사를 통해 1969년 이전에 창업해 업종을 변경하지 않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곳,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하거나 종업원이 가게를 인수해 창업주의 운영철학이 지켜지고 있는 노포 등 총 69곳을 추려냈다. 이번 전시는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기운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인천의 대표적인 노포가 문을 닫았다는 기사를 접했다. 1966년 송현동 수문통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해 인천의 오랜 맛집으로 자리 잡은 도원동 '시정찹쌀순대'가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수문통 근처에 살던 나는 어렸을 적 이 집의 돼지 냄새에 코를 막고 피해 다녔지만 나이 들어서는 먼 길 마다 않고 즐겨 찾았던 '나의 미슐랭' 목록에 있는 맛집이었다.

이 글을 당초 '추억 소환' '뉴트로 인천' 등 멋진 말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게 안 돼 이렇게 건조하게 글을 줄인다. 우리는 노포가 오래된 '노포(老鋪)'가 아니라 힘겨운 '노포(勞鋪)'를 실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들이 세상을 원망하는 '노포(怒鋪)'가 되지 않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