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돌이켜보면 2018년은 리더십 위기의 해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일하는 것이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백악관 내부의 권력투쟁과 갈등은 자신을 좌절시킬 정도로 시스템의 공백을 의미했단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 순간에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결정했고,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을 교체했으며, 연방정부 셧다운도 마다하지 않았다.

워싱턴 정가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혼자 있는 시간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주변에서 대통령의 통치를 체계적으로 보좌하지 못하는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좋아하는 TV채널인 FOX의 시사토론이나 뉴스를 보면서 정책을 혼자 결정하고 이를 바로 트위터로 공개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싫어하는 TV채널인 CNN은 대통령이 미국사회와 정부에 혼란을 부추기고 권력을 통제받지 않고 마구잡이로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영국에서 메이 총리는 대책도 없다.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회원국 탈퇴가 국민투표를 통과한 뒤 아직까지 유럽연합과 탈퇴협상안이 의회에서 표결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젊은층은 자신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해서 거두어들이자고 주장하는데 반해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연합 탈퇴협상안에 영국을 위한 관용이나 재협상은 절대 없다고 한다. 여당 소속 의원들은 메이 총리가 곧 사임하게 될 거라고 하는 중이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노란조끼 노동자 파업과 시위로 혼쭐이 나서 세금 정책과 개혁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없었더라면 노란조끼 시위의 끝이 어디까지 갔을지 아무도 모른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18년간 맡아왔던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총리직도 네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1년까지 맡기로 했다. 독일 청소년들에게 총리란 모름지기 여성이 하는 것이라고 알게 만들었던 메르켈도 점차 임기말로 향하는 중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대에서 출발해 지난 한해 동안 40%대로 내려앉았다. 검찰의 조사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하겠지만 지난 정권의 몰락의 출발점이 되었던 일들이 지금의 청와대에서 벌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취임 초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이 혼자 밥을 즐기고 언론을 가까이 하지 않으며 야당에게서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준비된 대통령이 이게 나라라고 보여주겠다는 것이 2년차에는 사라졌고, 오히려 지지자들의 등골에 식은땀이 흐를 때가 생겨서 걱정이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 한번 빠진 지지율이 다시 오르기는 쉽지 않은 법이라 남은 기간이 걱정이다. 게다가 여든 야든 국민들에게 안정과 희망을 선사하는 리더십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박남춘 인천시장의 직무수행 지지도 평가에서 고무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그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조사에서 인천시장이 매번 최저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박남춘 인천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박남춘 인천시장의 지지도 평가가 11월 조사에서 15위에 위치했다가 12월에는 1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인천시정이 변한 게 거의 없는데 어떻게 인천시장의 지지도 평가가 좋아졌냐고 묻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도 인천시장의 지지도 평가가 더 나빠진 것보다야 훨씬 나은 것이 사실이다. 인천시장의 리더십도 달라지고 인천시정도 변한다면 인천시장의 지지도 평가도 더 좋아지지 않겠나.
'인기는 바람과 같은 것'이라고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감독은 경계한다. 지난 1년 동안 베트남 국민을 들었다놨다했던 박항서 감독은 적어도 인천시정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선수들의 키높이에 맞추는 감독의 전술이 가장 기본이다. 아픈 선수들을 직접 살펴서 마사지도 해주고 비행기 좋은 좌석도 내준다. 선수들이 혹시 실수를 했어도 혼내지 않고 자신이 가슴으로 품는다. 선수들의 말과 희망을 경청해준다. 그러니 선수들이 가장 잘 하는 역습 후 골대 앞에서의 결정력을 극대화시키는 전술도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인천시민을 들었다놨다하는 리더는 언제나 오는가. 인천시민을 감동시키고 하나로 묶는 리더가 오기는 할까. 시장선거가 끝나고 6개월만 기다려주면 그때부터 준비된 것이 나오고 실력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제 2018년 시장선거 결과가 복덩이 황금돼지 같은 리더십인지 아닌지 드러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