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실 아주대 교육학 교수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교육이라는 명제 하에 최근 전국 곳곳에서 시민교육의 열기가 뜨겁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참 시민 민주주의의 모습들이 속속 발견된다. 관과 민과 학이 함께 나서 시민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강한 연대의 시민교육 '새판 짜기'에 나서고 있다.
위로부터 주어지는 시민교육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시민다움'의 역량을 키우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생각을 펼쳐나가는 시민원탁토론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히 희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철저한 관주도의 국가주의 교육체제하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자유로운 교육 발상이라 생각되어 반가움이 앞선다.
과연 우리 사회가 이렇듯 시민이 주인 되어 움직이는 시민들의 사회로 성장하고 있음인가? 과연 '담장'이 아닌 '광장'을 향하는 일상의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는 '열린 사회'가 맞는가?

20세기 서구 지성사를 이끌었던 거장의 한 사람인 칼 포퍼(Karl Raimund Popper)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란 책을 통해 닫힌 사회로서의 전체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며, 그에 맞서 '열린 사회'로 대표되는 자유주의를 강력히 대변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닫힌 사회의 '담장'을 넘어 열린 사회의 '광장'을 향하고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 그리스 아테네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살아 있는 교실' 이었다. 그리스의 시민들은 아고라에 모여 서로 기대어 대화와 토론 그리고 웅변을 즐기며 삶은 곧 배움이라는 지혜를 나누던 진정한 학습시민들이었다. 그들에게 배움은 삶 속에 깊이 체화된 일상의 즐거움이자 삶 그 자체였다.
그런 점에서 아테네는 지혜의 도시, 철학의 도시, 문명의 도시 이전에 이미 학습도시였고 오늘날 우리가 갈구하는 '시민들의 학습도시'의 원형이었다.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2018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세모를 맞으며 모두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맞고 있지만, 그런 속에서도 누군가는 희망을 노래하고, 누군가는 공부를 하며 힘껏 달려가고 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부지런한 학습시민들은 에너지 넘치는 생동감으로 재능나눔과 학습동아리, 때로는 시민대학과 인문학 아카데미 수강생으로, 은퇴후 인생 이모작학교를 옮겨 다니며 공부하는 즐거움에 빠져들고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뜻밖에 공부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서관의 인문학 도서 대출이 늘고 있고, 서점의 인문학 도서 매출 또한 늘고 있다. 곳곳에서 열리는 인문학 수업에도 학습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뭔가를 배우는 사람들, 배운 것을 가르침을 통해 나누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집단 지성과 지혜의 공유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일찍이 평생교육의 이념을 복음처럼 전 세계에 전한 '세기의 산실(産室)' 유네스코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생애에 걸친 교육의 통합과 가정-학교-사회의 수평적 교육통합을 전제로 하는 하는 교육의 혁명적 이념으로 '평생교육'을 제시하였다. 모든 이를 위한 교육, 위로부터 주어지는 교육이 아닌 '아래로 부터의 학습혁명'이 강조된다. 들로어의 <학습: 그 안의 보물>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무엇이든, 어떠한 방식으로든, 배움을 주고받는 '학습사회'의 핵심 구성체로 평생학습의 네 기둥을 제시하고 있다. '앎을 위한 학습', '행함을 위한 학습',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학습' 그리고 '존재를 위한 학습'이다.

160개가 넘는 전국의 학습도시 곳곳에서 창조적이고 융합적인 새로운 평생학습의 양상들이 진화하고 있다. 서울의 모두의 학교와 자유시민대학, 50플러스재단과 인생학교, 충북의 인생이모작학교, 수원의 누구나 학교와 뭐라도 학교, 오산의 백년시민대학 등 시민교육의 새로운 흐름들이 감지된다.
학습 권하는 사회로의 이행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학습시민들의 분주하고도 유쾌한 시민교육이 익어가는 활기찬 도시의 모습이 그려진다. 바야흐로 평생학습이 시민교육에서 답을 찾고 있음을,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길이 없으면 만들며 가야한다고 했던가?

시민들이 주인되는 공유(共有)와 공감(共感)의 공생(共生)사회가 기대된다. 말처럼 시민교육의 길이 쉽게 찾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대로(大路)를 넘어 미로(迷路)와 소로(小路)가 어우러져 동행하는 시민교육의 '미래로(未來路)'가 2019년 활짝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