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 인천강화경찰서생활안전교통과 경위

얼마 전 송년 모임이 있어 참석하게 되었다. 늘 그랬듯이 음식을 주문하고 한 해 동안 각종 일상에 대한 이야기꽃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술을 얘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1차로 술과 음식을 맛있게 먹고 2차로 노래방을 찾는 것이 기본이었다면,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서로 놀랐다.
이렇듯 우리 음주문화도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그래도 일부에서는 아직도 절제되지 않은 음주습관으로 인생을 망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지난 9월25일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와 고향인 부산을 찾은 군인은 친구를 만나고 귀가 중 음주만취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량에 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불명 상태로 한 달 보름간 있다가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국민적 움직임이 일었고, 일명 '윤창호 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성 간 질환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4천8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13명이 술로 인해 사망했다는 결론이다.
또한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2015년도 조사결과에 의하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3년 기준 약 9조4500억원으로 나타났다.
흡연(약 7조1200억원) 비만(약 6조7700억원)이 그 뒤를 잇고 있지만, 무엇보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음주는 사회 안전도를 크게 위협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도로교통공단의 2018년도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중 음주운전으로 인한 경우는 9.0%(1만9천500여 건) 사상자 중에는 10.3%(3만3천8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음주로 인한 피해가 위험단계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변질되기까지는 우리 사회의 문화와 술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올해 끝자락에 서 있다. 사회적 교류나 친목을 도모하는 등의 수준을 벗어난 과도한 음주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제되고 건전한 음주문화로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은 물론,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가 하나되어 함께 살아가는 송년의 밤을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