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후순위로 밀려났다. 정부는 지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잊었는지 모르겠다. 인천의 경우엔 메르스 감염자 유입 통로로 지목된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워 체계적이고 신속한 의료 조치가 가능하다. 아울러 병원 건립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선 순위에선 한참 뒤로 밀렸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을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선 인천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인천공항 인근 50개실 규모의 국가격리시설 일대가 병원 설립 최적지로 꼽혀서이기도 했다. 인천에는 국내 첫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바레인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등 유독 치명적인 감염자의 유입 확률이 높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보건당국에선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연구 용역을 통해 인천·중부·호남·영남·제주 등 전국 5개 권역에 50병상 규모의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에선 의료시설이 열악한 호남 에 병원을 먼저 짓겠다고 한다. 그 다음엔 영남 권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사업과 맞물려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가시화하는 점도 인천이 우선 순위에서 밀린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국립인천공항검역소가 운영 중인 국가격리시설 주변 부지가 병원을 지을 수 있는 최적지로 평가를 받는다. 이 시설은 인천공항 인근 3800㎡ 규모의 1~4층 건물로 50개 격리실을 갖췄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메르스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83명이 이 시설에서 격리생활을 하기도 했다. 올해도 인천공항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서 4명의 밀접 접촉자가 시설에 들어갔다. 국가격리시설 일대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들어서면 신종 감염병 대응에 대한 상승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령 접촉자에게 감염병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전문병원에 입원해 감염을 원천봉쇄하고 환자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다.
이렇듯 인천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짓는 여건은 성숙했다. 호남 권역 설립이 최우선이라면 다음은 인천이어야 한다. 정부는 예산 타령만 하지 말고 우선 순위를 잘 살펴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