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칼럼]문화예술로 마을 만들기   
[경기칼럼]문화예술로 마을 만들기   
  • 인천일보
  • 승인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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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모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문화예술로 마을을 새롭게 일구어낸 곳이 여럿 있다. 시작은 대부분 육아와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뜻있는 분들이 모여 공동육아가 가능한 어린이집을 울력하여 만들었다. 공동육아를 하며 아이들에게 온전한 교육이 행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으며, 학부모로서 해야 할 여러 가지 역할을 떠맡았다. 이를 통해 학부모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민주적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였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방과후 교실, 계절학교, 대안 초·중등학교로 성장했다. 어린이집과 대안 초등학교 학예회는 마을예술잔치, 마을 문화예술제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외연의 확장과 함께 마을문고, 작은 도서관, 마을극장, 마을 까페가 생성되었으며, 생활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녹색가게가 문을 열었다.


지금도 새로운 마을은 성장하고 있다. 문화예술로 일구고 있는 새로운 마을 만들기의 전범은 백십여년 전 우리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도산 안창호, 남강 이승훈, 고당 조만식 선생님이 펼치셨던 이상촌 만들기 운동이다. 대한제국 시절 우리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셨던 세 분의 선생님은 여기 이곳을 새롭게 일구어 튼실히 하고자 하였다. 선생님들은 우리나라 여러 곳에 모두의 바람과 꿈을 담은 이상촌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일구겠다고 다짐하였다.

이상촌은 자치와 자급의 마을 공동체였다. 이상촌에는 제일 먼저 마을을 일구고 그곳에서 일할 사람들을 기르는 학교를 세우고, 교원과 학생 그리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생산하고 공동판매 또는 공동구매할 협동조합들을 내오며, 이를 뒷받침할 금융기관을 갖추고자 하였다. 마을에는 공회당, 목욕탕, 운동장, 우체국 등이 자리 잡을 계획이었고 200호 정도의 마을을 형성하여 교육조직과 노동조직을 함께 운영하면서 안전하고 유쾌한 삶을 사는 마을을 일구고자 하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1907년 평양에 대성학교를 세웠고 남강 이승훈 선생님 역시 같은 해 평북 정주에 오산학교를 세웠으며, 오산학교 초대 학교장은 고당 조만식 선생님이 맡으셨다.

이렇게 세 분 선생님은 이상촌 운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상촌 운동은 훗날 북간도, 연해주로도 펼쳐 나아갔고 반백년 후 대한민국에서는 세분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원주의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이 대성학교의 정신을 이은 대성학원을 세우고 신용협동조합, 한살림생활협동조합 운동을 펼쳤으며, 홍성의 이찬갑 선생님은 오산학교의 정신을 이은 풀무농업기술학교를 세우고 제자들과 함께 평생 홍성에서 이상촌 일구기에 매진하였다. 현재 마을 만들기에 힘쓰는 모든 분들의 문화 유전자에는 무의식 깊이 이상촌이 내장되어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로 마을을 새롭게 일구어 낸 곳을 깊이 들여다보면 초창기 주체 형성의 밑바탕에 계(契)의 전통이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철마다 새로이 피어나는 꽃 아래에서 지인들과 시서화(詩書畵)를 즐기는 풍류계로 주계(酒契)를 만드셨다.

학문과 예술을 논하며 즐기는 풍류계에는 다계(茶契)도 있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풍물패가 있어서 대보름이나 단오, 한가위 날에는 걸판지게 대동 춤판과 놀이판이 펼쳐졌는데 이를 뒷받침 한 것은 마을 두레나 마을 대동계(大同契)였다. 계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이 무궁변용이 가능하다. 협동조합 등 여러 형태로 변용되었을지라도, 계의 기본은 십시일반(十匙一飯)이다. 형편과 처지에 따라 내오는 것이 다르다 해도 공동기금을 모으고, 필요하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땅과 건물을 갖추는 것이다. 옛 선인들은 경제적 정치적 공동체 활동도 문화예술로 감싸 안아 푸셨다. 개체 개체의 자질과 특성을 존중하며 함께 일을 도모하고자 할 때,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며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 라는 공자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화(和)를 이루기 위해서는 악(樂)으로 대표되는 풍류, 예술을 중시하였다. 문화예술을 종종 공동체 활동의 수단으로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문화예술은 공동체 활동의 핵이자 골간(骨幹)이다. 문화예술로 환대와 배려의 공동체,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 호혜와 살림의 공동체가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 우리역사는 늘 정치 선행(先行)론이 득세하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문화 선행(先行)론이 보다 중시될 필요가 있다. 미래는 현재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지금 여기 이곳의 동력은 미래를 예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모두가 꿈꾸고 바라는 미래의 그것을 이곳에서 선취하여 맛보는 것으로부터 증폭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관계, 새로운 고갱이로부터 비롯되는 새로운 문화의 맛봄과 즐김만이 동인과 동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며 이것이 바탕이 되어 미래를 디자인할 것이다.

/양원모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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