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희 인하대 융합고고학과 교수


트럼프 대통령은 부자나라 한국을 미국이 지켜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적이 있다. 반면 최근 미 의회에서는 법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막아 버렸다. 앞으로 한미동맹이 어떻게 되는 건지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하지만 미군의 미래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의 주한미군 평택 이전 사업으로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 참여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애매한 용어로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할이 논의되는 것을 "연루의 위험"을 들며 회피하려 했다. 소위 진보정권 시기에 주한미군의 주둔 여건 개선이 시작된 것은 아이러니이다. 나아가 지역안보를 목적으로 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에 동의하고 사실상 막대한 재정을 부담하였다. 그때 이미 미군은 한반도 평화 이후에도 주둔할 명분을 50%는 확보한 셈이다.

반면 일본 오키나와 미군 재편에 합의한 1997년 이후 후텐마 미해병대 항공기지의 나고시 헤노코 해변으로의 이전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미군기지 반대파 전 지사의 노선을 계승한 다마키 신임 오키나와 지사도 기지 공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록 미일동맹처럼 공식적인 공통의 대중 전략목표는 정하지 못했지만 한국은 결과적으로 말보다 행동으로 한미동맹을 선택했다.

최근 중국의 지역거부/반접근 (A2AD) 능력 신장에 대응하여 이것을 상쇄하려는 미국의 공해전투(AirSea battle) 개념이 펜타곤의 접근기동합동개념(JAM-GC)과 육군의 다전장영역전투(MDS)로 진화하고 있다. 전문적인 내용이라 그 의미를 간단히 평가하면 모두 미지상군의 전방전개 공간인 평택기지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는 요인들이다. 또한 중국의 전략적 중심이 작전반경에 들어가는 괌 미 공군세력의 한반도 사전전개 역량도 중국에게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중국이 사드포대의 한반도 배치에 강력 반발하는 이유는 미군세력 거부 역량의 상쇄로 이어 질 수 있는 미사일방어망의 확장성에 있다. 하나 예를 들자면 오키나와 카데나 미공군기지를 표적으로 하는 압록강 이북의 중국군 미사일 부대를 감시하는 파생효과를 성주 사드 레이다가 갖는다. 특히 중국군은 자국의 동해와 동남해 해안으로 미 해병대의 접근능력과 내륙 공정강습을 전술적 취약점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중국에게 역내 미군 지상군 기지들은 전력투사의 중개거점(relay point)이기에 반드시 거부해야 할 대상이다. 이제는 역내 미군을 모든 전투공간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전투력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므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는 낮아지기 어렵다는 말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 상승과 세계 최대 미지상군 주둔지인 평택기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경시 발언과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 암시 등 상충되는 메시지를 무색하게 한다. 한반도에서 한미동맹은 변함없는 상수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북미 화해에 나선 북한 자체가 주한미군의 존재를 수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미동맹의 지위가 남북관계 변화와 무관하다면 남북미 삼각관계의 새로운 실험을 도모해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일설에 의하면 김정일이 북한에 대한 진짜 위협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의 대미 접근도 脫중국 혹은 심지어 미중 등거리 외교를 조심스럽게 탐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미국 식자층에 있다.

간단히 말하면 북한이 처한 전략적 선택의 기로는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전통적인 북중러 동맹을 복원, 강화하여 미국의 압력에 버티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동북공정으로 영토적 야심을 숨기지 않는 중국으로부터의 이탈 혹은 중립화 길이다. 비핵화 애드벌룬을 띄워 미국의 관심을 유발한 뒤, 미중 등거리 외교로 실속을 챙기는 방책도 두 번째 범주에 든다. 만일 북한의 뒷배로서 중국이 미국의 맞수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면 북한이 가보지 않은 길에 나설 가능성은 없을까? 북한이 친미 공산정권의 모델인 "베트남화"는 어렵지만 최소한 스위스와 같은 중무장 중립국을 꿈꿀 수 있다. 북한이 중립화의 길을 선택한다면 미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대북 제재 입김도 완화할 수 있다. 북미 교착 상태가 풀리면 개성공단 재개 등 일부 남북 협력사업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우리 정부가 동북아 질서의 지각변동과 같은 북한의 변신을 견인할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있는지 궁금증이 더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