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무대에 오르기 전 … 이들은 더 뜨거웠다
▲ 지난 10월 25일 배우들의 처음 대본 리딩하는 모습, 왼쪽부터 강량원 예술감독, 손경희 조연출,이완희 훈련장.

 

▲ 한현주 작가

 


배우 18명·제작진 11명 90분 공연위해 100일 올인
설레는 첫 대본리딩 ~ 긴장되는 리허설 등 구슬땀



화려한 조명과 가득 채워진 객석, 무대의 막이 오른다. 배우들은 그동안 연습했던 것을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 그렇다면,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의 뒤편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관계자 외 출입금지구역'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던 그곳에 발을 디뎌보자. 우리는 항상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 무대 뒤편은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오기 전까지는 전투 현장을 방불케 한다. 인천시립극단이 오는 8일부터 무대에 올리는 '잔다리 건너 제물포' 공연 전 스태프의 모습은 어떨까. 배우 18명과 제작진 11명이 이번 공연을 만들었다. 90분이라는 시간을 위해 이들은 약 100일의 시간을 쏟았다. 하나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어서와 무대 뒤는 처음이지?

지난 10월25일. '시작 합시다'라는 예술감독의 말에 배우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한 손에 대본을 들고 천천히 읽어가며, 서로의 호흡을 맞춰갔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배우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예술감독. 그들의 대사가 끝날 때 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며 손짓, 몸짓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장면이 지나가고 감독은 배우의 연기에 피드백을 하고, 배우는 자기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이야기 했다.
배우들 손에 들려있는 대본에는 형형색색 펜으로 필기가 가득했다. 외운 부분에는 형광펜을, 외워지지 않는 단어에는 동그라미를 제각기 표시들이 대본에 넘쳐났다.
그렇게 첫 대본 리딩이 끝이 났다. 다음 연습을 기약하며 배우들과 제작진은 연습실 문을 나섰다.
첫 대본 리딩 후 한 달이 지난 11월28일. 콜록, 미세먼지가 자욱한 날이었다. 배우들은 마스크를 쓰고 연습실을 찾았다. 처음 대본을 받아들고 연습을 했던 10월25일과는 다르게 연습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연까지 일주일정도 남은 시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제작진 표정에서 묻어났다. 한 배우는 연습실 한 귀퉁이에서 계속해서 대사를 곱씹었다. 오늘 그들의 손에는 대본이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감독 지휘 하에 배우들의 무대는 시작됐다. 그전 리허설과는 다르게 음악과 의상, 소품이 어느 정도 갖춰진 채로 진행됐다. 예술감독의 손짓으로 음악이 흐르고, 배우가 등장하고 마치 무대 위의 지휘자 같았다.
예술감독 곁에서 배우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 그들은 누구일까. 극단의 엄마와 같은 훈련장과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그 누구보다도 빛날 수 있게 해주는 무대감독, 조연출이다. 생소한 직책의 그들은 과연 무대를 만들기 위에 어떤 일들을 할까.
최성국(60) 무대감독의 손에는 펜과 초시계가 들려있었다. 무대감독의 일은 방대하다. 배우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을 한다면, 무대감독은 무대를 어떻게 꾸며갈지 구상을 해가는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배우들의 리허설 모습을 같이 참관하면서 동선을 체크한다. 그는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이 만나는 지점에 무대 감독이 있는 것 같다"며 "관객의 입장부터 퇴장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직책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름부터 너무나 생소한, 훈련장. '훈련'이라는 단어는 배우들을 힘들게 할 것같은 이미지를 주지만, 이완희(61) 훈련장은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으로 극단의 배우들을 아끼고 있었다.
연극계에 들어 온 지 41년이 된 그는 인천시립극단의 훈련장을 한 지 약 3년이 됐다. 이 훈련장은 "배우들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며 "배우들이 온전히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연습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배우들이 연기에만 집중을 할 수 있도록 그들 뒤에서 바쁘게 뛰어 다니는 이가 있다. 바로 손경희(58) 조연출이다. 그는 배우가 연기를 하는 공간을 만들어 간다. 현장에서 그의 손길을 안거친 것이 없을 정도로 작품을 만들어 갈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예술감독과 배우들, 제작진까지 그 가운데에서 의견 조율을 하는 역할을 한다"며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세세한 부분들을 체크하는 것이 내 몫이다"고 말했다.


 #한현주 작가가 말하는 '잔다리 건너 제물포'
"1920년대 청년 모습에 공감했으면"

무대가 만들어 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왜, 이런 이야기를 썼냐는 것이다. 희곡이 없으면, 무대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 '잔다리 건너 제물포'는 누구의 손끝에서 만들어 졌을까.
"작은 다리를 뜻하는 '잔다리'는 인천 지역 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써내려 갔다."
인천 출신은 아니기에 더욱더 인천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을 수 있었던 한현주(40) 작가가 작품을 소개하며 강조한 말이다.
'잔다리 건너 제물포'에는 4명의 청년이 등장한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1920년대 인천의 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
특히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젊은 청년들을 보며 현재 우리의 청년들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
"인천의 역사에서 연극의 소재를 발견했지만, 청년들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무대 위 청년들이 논쟁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논쟁이 있는 시대가 건전하고, 희망이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논쟁에 힘쓰지 않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 욕망이 꿈틀대고 그것이 시대와 부딪히면 다시 논쟁의 장이 펼쳐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번 연극에 신경을 쓴 것은 무대라고 한다. 관객에게 단순히 옛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그때 그 시대를 공감하기 바라는 마음에 고정적 이미지보다는 추상적으로 무대를 꾸몄다고 한다.
"흥미롭게 작품을 썼던 것처럼, 배우들과 제작진 여러분들도 재밌게 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젊은 배우들에게는 그 시대 청년들을 경험해보고 나눠보는 유의미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


#연극 '잔다리 건너 제물포'는

인천의 근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연극은 오는 8일부터 16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일제 강점기라는 어두운 상황 속에서 자본주의적 욕망이 본격적으로 발산되면서 많은 공장과 상회, 여러 은행들이 바다를 향해 열려있었다. 그 바다를 통해 수많은 물자와 사람이 오고 갔고, 그것은 다양한 욕망의 색을 입었다.
이번 연극은 오늘날의 선물(先物)거래소인 미두(米豆)취인소에서 업무를 보며 투자에 눈을 뜬 '인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잔다리 화방에서 일하지만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이경', 그녀들과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노동자 '영무', 계급 해방을 부르짖는 노동 운동가 '석훈' 등 그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가로지르는 1924년의 인천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관람료는 전석 2만원이며 엔티켓(1588-2341)·인터파크(1544-1555)에서 예매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인천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http://art.incheon.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