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11월 27일, 해양경찰이 인천 송도에서 개청한다. 개청(開廳)의 뜻이 관청을 새로 설치함 또는 관청이 업무를 보기 시작함을 아는 이는 그간 우여곡절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짐작케 한다. 1953년 부산에서 해양경찰대로 창설된 해양경찰은 국가안보적 측면이 고려돼 1979년 인천에 전진 배치된다. 하지만 2014년 5월, 세월호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떠안고 해체된 뒤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위상이 격하된 해경은 이듬해 세종시 이전이란 수모까지 겪는다. 배가 산으로 가는 행정이란 비판이 빗발쳤지만 2016년 4월 인천에서 이삿짐을 싸야했다. 인천의 역사적 아픔만큼 큰 상처를 남긴 사건이었다.

# 해경 부활! 인천 환원! 여야민정이 일군 성과
하지만 인천시민은 정부의 '해경, 세종시 이전'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인천 존치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대책위는 정부 눈치를 봐야했던 인천시장의 동참을 촉구하는 한편 여야 정치권의 공동 참여도 끌어냈다.
마침내 인천이 유사 이래 처음으로 여야민정이 모여 범시민 촉구 궐기대회를 여는가 하면 국회에서 합동 기자회견도 개최하기에 이른다. 시민들의 헌법소원까지 이어졌지만 정부는 세종시 이전을 강행했다. 이때부터 더 큰 역사가 펼쳐진다. 2016년 10월 7일 인천 앞바다에서 발생한 불법 조업 중국어선에 의한 우리 해경 고속단정 침몰사건을 계기로, 국민 안전과 해양영토 수호를 외치며 "해경 부활! 인천 환원!" 운동을 펼쳤다. 여야민정 합동 국회토론회를 열고, 대선 후보들에게 공약 채택을 촉구하는 등의 활동 결과, 오늘의 개청식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인천 여야민정이 스스로의 위대한 승리의 역사를 썼다. 그러나 인천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보면 승리를 만끽할 여유가 없다.
중국을 중심으로 해당국들이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의 도서 영유권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해양주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의 해양경비 역량 강화 경쟁이 한창이다.
중국은 2013년 기존 국가해양국의 감찰총대, 농업부 어정총대, 공안부 변방해경, 세관 밀수단속국을 통합해 해경국을 창설한 후 해경 경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해군에 맞먹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도 2016년 12월 총리 주재의 '해상안보체제 강화에 관한 관계각료회의'를 열고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에 적극 대응할 태세를 갖추기로 했다. 양국 공히 해군에 의한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우발적 충돌 위험성을 완충하려면 해경의 경비력 강화가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해경 강화 요구하러 김영춘 장관 만날 터
우리도 독도와 이어도 등을 두고 중국, 일본과 갈등하고 있다. 삼국 간 EEZ(배타적 경제수역) 경계 확정이 난항이다 보니 해양영토 경쟁의 충돌 가능성은 늘 열려있다.
특히 인천 앞바다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다 남북 간 NLL(북방한계선) 경계를 두고 군사적 충돌마저 잦은 곳이어서 이를 완충할 해경의 역할은 더욱 크다. 게다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북중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 간 종전 선언의 길목에 서 있는 한반도이기에 해군을 대신할 해경의 기능 및 역량 강화는 당연지사다.
아무리 남북이 화해 무드라 해도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 패권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중국이 우리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인천 앞바다에서 불법조업 조장은 물론이고 군사훈련도 불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부활된 해경의 인천 환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정부는 세월호참사의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해경으로, 불안정한 해양영토 및 주권 수호에 나설 해경으로 거듭났다고 국민과 인천 시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영흥도 낚시 배 전복사고 이후 해경의 장비, 인력 등 기능과 역량이 얼마나 강화됐는지 인천시민은 잘 모른다. 이참에 지역 시민사회 대표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면담을 청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때다. 다시 한 번 여야민정의 힘이 발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