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인천을 연고로 한 SK 와이번스가 프로야구 2018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1위 두산 베어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3회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 끝에 두산을 5-4로 물리치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2007년 첫 우승 이후 2008년, 2010년에 이어 8년 만에 네 번째 우승이다. 13회말 에이스 김광현이 두산의 박건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우승을 확정지으며 두 팔을 들어올리는 순간 SK의 더그아웃에 있던 트레이 힐만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 구단 직원까지 운동장으로 달려나와 한데 어울려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어느 팀이건 우승뒤에는 팀을 정상으로 이끌기까지 선수들의 노력과 감독의 지도력이 뒷얘기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번 SK의 우승에서는 유독 힐만 감독의 리더십이 집중 조명됐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한국시리즈 진출이자 우승을 한 외국인 감독, 한국시리즈와 일본시리즈를 동시에 제패한 첫 감독이라는 영예를 안은 힐만 감독이다. 프로야구 감독으로 성공한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힐만을 SK 감독으로 영입했던 민경삼 전 SK 단장은 "힐만 감독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신앙, 가족, 야구 등 3가지"라고 전했다.

힐만 감독이 얼마나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는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저에게 소중한 것은) 첫 번째는 하느님, 두 번째는 가족, 세 번째는 직업(야구)이다. SK 가족들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미국에 있는 가족이 제게는 먼저다."라며 이별의 아쉬움과 함께 자신이 왜 SK를 떠나는지를 밝혔다. 힐만 감독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고령의 어머니를 위해 SK의 재계약 요청을 물리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힐만 감독에게 가족은 인생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자 신념이었던 것이다. 힐만 감독은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는 권위와 카리스마로 팀을 지배하기보다는 선수와 구단 직원 한 명 한 명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대하며 팀을 하나의 가족으로 만들어갔다. 그는 선수는 물론 구단 직원들과 가족처럼 되기 위해 대화와 소통을 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힐만 감독은 훈련이나 경기시작 전 선수들에게 "컨디션이 어떠냐, 타격감이 어떠냐"고 묻는 대신 "가족은 잘 지내냐, 아이들은 잘 크고 있냐"며 대화를 시작했다. 또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오랜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구단 직원에게는 "좋은 선수 찾았냐"는 질문 대신 "오랫동안 집에서 떨어져 있었는데 가족들은 잘 지냈는지"를 먼저 물었다고 한다. 감독과 선수로서가 아니라 우리는 가족과 같이 하나라는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힐만 감독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하면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가장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엄한 가부장적 리더십이 아니라 때로는 엄마 같은 포근함, 때로는 맏형 같은 따뜻함, 때로는 친구 같은 친근함으로 팀을 보듬어 안는 리더십이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가장의 리더십'은 운동장에서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신력까지 강하게 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선수들이 실수를 했을 때 질책보다는 격려하며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런 그에게 선수들은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 결과 SK는 한국시리즈를 포함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매 경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펼치면서 강한 정신력으로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힐만 감독이 '가장의 리더십'으로 SK를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팀으로 끌어올리는 데 2년이면 충분했다. SK에 통산 4번째 우승컵을 안기며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떠난 그의 리더십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기본 바탕 위에 책임과 권위를 앞세우지 않고, 질책과 호통 대신 상대방을 배려하며 존중하는 힐만 감독의 리더십이야 말로 지금 우리 사회 각 분야 지도자들에게 꼭 필요한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논설위원